"췌장·담도암 5년 생존율 25%, 3~4년 내 가능"
대한췌장담도학회, 국내 업체들과의 시너지 효과
국내 의료기술과 내시경·스텐트 제조기술이 함께 성장할 때 췌장암과 담도암의 치료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두 분야 발전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현재 10% 안팎에 불과한 이들 암의 5년 내 생존율을 향후 3~4년 안에 20~25%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췌장담도학회는 21~22일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에서 'IPBM 2023' 국제학술대회를 진행한다. 올해 행사에는 28개국 600여 명의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다.
◆췌장·담도암 생존의 핵심은 '담관 길 열어주는 것'
학회는 췌장·담도 관련 질환도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조기 진단과 내·외과적 치료 기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평균 발병 연령이 70~75세인 췌장암은 4~5년 전만 해도 한 해 평균 4000~5000건이 발병했지만, 지난해엔 8000여 건으로 두 배 높아졌다. 올해엔 1만 2000건 이상 발병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령화와 대사질환 증가가 배경이다.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진 이사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이들 암 환자의 중장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담도배액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장 수술이 어렵더라도 항암과 함께 소화액이 흘러나오는 길(담도)만 확보(배액)해 준다면 환자 인생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인생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 이사장은 이어 "과거 말기 췌장·담도암 진단 때 생존 기간은 3~4개월에 불과했지만, 치료 기법의 발전으로 이젠 18개월까지 늘었다. 5년 생존율을 20~25%로 끌어올리는 일도 3~4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췌장·담도암은 중장기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병에 걸릴 경우 정상적 소화 활동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종양이 담즙이 나오는 길(담도 혹은 관)을 막아(협착) 소화 기능을 잃게 만들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담도배액술은 일단 협착 문제를 해결해 소화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법이다. 내시경 장비로 담도에 스텐트(좁아진 혈관이나 통로 등에 삽입해 해당 부위를 넓히는 그물망 모양의 금속 기구)를 삽입해 이 길을 확보하고 담즙이 흘러나오도록(배액) 돕는다.
◆ "韓 담도·췌장 스텐트 기술, 국제 학계에 소개"
국내의 담도배액술 술기는 국산 의료기기 업체와의 협업으로 짧은 기간 크게 발전하기도 했다. 담도와 췌장에 초음파 내시경을 도입한 'ERCP'(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와 소화기 스텐트 제조사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학회의 고동희 총무이사(한림대 동탄성심병원)는 "심장 스텐트 제조 기술은 해외 업체가 주도하고 있지만, 담도·췌장 스텐트 분야에선 국내 10여 곳의 업체가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라면서 "담도·췌장 치료는 기관 특성상 특수 기구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에 초기부터 학계와 업체가 협업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학회는 이번 행사에서 국산 의료기기 업체들과의 협업 경험을 국제에 소개할 예정이다. 담도·췌장 관련 내시경(ERCP)과 스텐트 시술 기법 연구를 소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관련 국내 업체들에 '체험부스' 자리도 내어줬다. △S&G 바이오테크 △태웅 △하나스텐트 △지인씨앤티 △제마헬스케어 등 8개 회사가 참여했다.
고 이사는 "췌장·담도 특수 기구가 손에 익지 않은 주니어 의사들이 직접 사용하며 중요성을 익히는 동시에, 새로 개발되는 의료기구를 전 세계에 소개했던 과거 홍콩 학계의 위상을 대한췌장담도학회가 대체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