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전파 가능한 조류독감 변이 발견
인간 전파 바이러스 되는데 필요한 3가지 범주 중 1개 범주에 해당
지난달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에 감염된 칠레 남성에게서 분리한 인플루엔자 샘플에서 포유류 적응의 징후가 발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는 "국제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인 글로벌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공개된 샘플을 분석한 결과 포유류에게 적응하는데 필요한 2가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실험 동물연구에서 PB2 유전자로 알려진 두 가지 돌연변이는 이전 포유류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더 잘 복제되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 당국은 대중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낮으며 입원 중인 칠레 남성과 관련된 추가 인간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 샘플에는 바이러스를 안정화시키고 인간 세포에 더 단단히 결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돌연변이를 포함해 H5N1가 인간 사이에 효율적으로 퍼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중요한 유전적 변화가 누락돼 있었다.
세인트주드 아동연구병원의 조류 독감 전문가인 리처드 J 웨비 박사는 "H5N1가 조류 바이러스에서 인간 바이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변화에는 크게 3가지 범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칠레 환자의 염기서열에서는 3가지 범주 중 1가지에 해당하는 변이가 발생했는데 바이러스가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변이라고 밝혔다.
PB2 돌연변이는 해당 버전의 H5N1에 감염된 다른 포유류와 다른 버전의 H5N1에 감염된 일부 사람에서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 돌연변이가 칠레 환자가 감염되는 과정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모리대의 애니스 C 로웬 교수(바이러스학)는 “이 돌연변이가 인간에 대한 적응과 인간에 대한 위험 증가로 가는 단계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면서도 인간 사이에 쉽게 퍼지는 바이러스를 생성하기엔 아직 불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NCIRD)의 독감부서장 대행인 비비엔 듀건도 “이러한 유전적 변화는 과거 H5N1 감염에서 이전에도 보였지만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칠레 환자의 사례는 2022년 1월 이후 11번째로 보고된 인체 감염 사례다. 이 중 사람 간 전염과 관련된 사례는 없었다. 올해 53세 남성인 그는 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을 보였고 상태가 악화돼 입원했다. 이 남성이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새와 바다사자에게서 H5N1가 발견된 바 있다.
1996년 조류에서 H5N1이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백 건의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했으며 대부분 조류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진화해 인간에게 더 쉽게 전파되어 또 다른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 왔다. 작년 가을 스페인 밍크 농장에서 발생한 H5N1은 이 바이러스가 적어도 일부 포유류 사이에서 더 효율적으로 퍼질 수 있도록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게다가 어떤 형태로든 인체 감염이 이뤄지면 바이러스에게 적응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