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빈혈...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정준원 교수 "반복적인 수혈 필요한 의존성 빈혈, 평생 부담 큰 질환"
흔한 빈혈 증세를 동반하는 악성 혈액질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분야에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이 눈길을 끈다.
수혈과 항암치료 외엔 기댈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딱히 없던 상황이라,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환자 치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환자들에선 잦은 수혈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하는 등 치료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늘상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의 조혈모세포에 발생하며 주로 60세 이상의 고령에서 발병하는 노인성 골수 질환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급성골수성백혈병(AML)으로 진행할 여지가 있어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연세대의대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세브란스병원)는 "국내엔 연간 25만 명의 신규 암 환자 가운데 1300명 정도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받는다"며 "이들 환자에서는 비효율적인 혈액 생성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조혈모세포로부터 성숙한 혈액세포 대신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생겨나고 혈구감소증이 진행돼 적혈구 및 백혈구, 혈소판 등이 모두 감소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환자들은 해당 혈액세포의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빈혈(적혈구 감소), 감염증(호중구 감소), 출혈(혈소판 감소) 등의 합병증을 경험하거나, 건강검진을 계기로 진단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1371명의 신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가 발생했으며 총 환자수는 6010명으로 보고됐다. 여기서 60대 이상의 환자는 3636명으로 전체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증세는 일반적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빈혈, 즉 적혈구 감소증이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의 약 89%에서 빈혈이 관찰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정 교수는 "혈액의 절반 이상이 적혈구다. 소수가 존재하는 백혈구나 혈소판과 달리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큰 타격을 받는 이유"라며 "(빈혈과 관련해) 진단 당시 환자에서 '혈색소(Hb) 수치가 8 이하'인 경우가 45%라는 통계 자료도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질환의 유형도 주목할 수 있다. 특히, 고리철적혈구모구(RS, Ring Sideroblasts)는 세포의 핵 주위를 둘러싼 미토콘드리아 속에 철이 과도하게 축적돼 고리 모양이 형성된 적혈모구세포를 말한다. 해당 세포가 골수에서 15% 이상(SF3B1 유전자 변이가 있을 시 5% 이상)인 경우에는 고리철적혈구모구 동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RS)으로 진단한다. 환자의 3분의 1이 고리철적혈구모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결국 만성 빈혈 및 수혈에 의존성을 보이게 된다.
문제는 빈혈이 심한 환자에서다. 치료를 위해서는 흔히 적혈구 수혈을 하게 되는데, 만성적인 빈혈과 반복적인 적혈구 수혈로 인해 철 과잉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심장질환을 비롯해 간질환, 감염증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헌혈 부족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며, 불안정한 혈액제제 공급 이슈도 도마에 오른다. 실제로 국내 의료통계에 의하면, 2021년 수혈을 받은 환자의 63.2%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노년층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혈액 공급 부족 이슈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수혈과 같은 일시적인 보충요법이 아닌, 만성 수혈 요구량을 줄이는 치료법이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유일한 완치 치료법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술뿐이나,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어 반복적인 수혈로 인해 저하된 환자의 삶의 질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약물 치료와 관련해선 최근 새로운 적혈구성숙제제가 허가를 받고 처방권에 진입했다.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트)'은 적혈구생성자극제(ESA) 치료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였거나, 부적합해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성인 빈혈 환자 치료에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성인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의 치료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시작으로 같은해 6월 EU 허가, 국내에는 2022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정 교수는 "저위험군, 중간 위험군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에서 항암제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견디기 쉬운 치료법이 추가됐다는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