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동물 진정제 ‘신종마약 위협’ 지목
‘좀비 마약’ 펜타닐과 함께 복용하면 치료제 무력화하는 자일라진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 시간) 아편성 진통제(오피오이드) 펜타닐과 섞어서 많이 복용하는 동물 진정제 ‘자일라진(Xylazine)’을 '신종 마약 위협'으로 지정했다.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이 특정 물질을 '신종 마약 위협'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일라진이 초래할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자일라진은 50년 전 소와 말을 수술할 때 마취제 또는 수면제로 승인됐다. 사람이 복용할 경우 호흡과 심박수를 늦추고 종종 심각한 피부궤양과 농양을 일으켜 절제수술까지 받게 만드는 강력하고 중독성 있는 진정제다.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ONDCP)의 라훌 굽타 국장은 “자일라진 금단 증상은 편두통, 복시, 몸이 덜컹거리는 불안과 같은 극심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일리진은 이미 알려진 마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며 급속 확산 중인 펜타닐 또는 암페타민과 혼합해 써도 중독성이 있어 마약상과 마약 사용자들이 찾고 있다.
자일라진은 펜타닐과 마찬가지로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의 불법 마약 공급망에서 간음제로 등장해 서쪽과 남쪽으로 빠르게 퍼졌다. 굽타 박사는 마약 단속국과 법무부가 수집한 데이터를 인용해 2020년~2021년 2년 동안 법의학 실험실에서 자일라진 검출이 서부에서 112%, 남부에서 193%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일라진은 중국과 멕시코, 인도,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 국내 수의사 공급업체의 유용도 의심되고 있다.
2018년 의회 지침에 따라 신종위협으로 지정되면 정부는 90일 이내에 자일라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치료, 금단 및 상처 치료 요법에 대한 프로토콜을 만들고, 약물 존재 여부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고, 연방 법 집행기관에 불법 사용을 추적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백악관의 이날 발표는 지역 보건 당국과 다른 연방 기관의 경고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8개 주에서 압수된 펜타닐 샘플의 23%에서 이 약물이 검출됐다. FDA는 지난해 11월에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국적인 경고를 발령했으며 2월에는 수입된 자일라진의 불법 전용 모니터링 계획도 발표했다.
자일라진은 펜타닐이나 헤로인 또는 처방 진통제인 옥시코돈과 달리 아편성 진통제가 아니다. 그래서 기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자 치료를 위해 투약하는 날록손 주사나 비강 스프레이가 효과가 없다. 그로 인해 펜타닐과 함께 복용할 경우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백악관이 자일라진을 신종위협으로 지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일라진 금단 증상은 오피오이드 금단 증상과 다르게 관리해야 하며, 재활 프로토콜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굽타 국장은 자일라진의 합법 및 불법 사용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일라진은 수의사가 대형 동물의 상처를 봉합하고, 날카로워진 어금니를 갈고, 감염된 발굽을 치료할 때 진정제와 진통제로 자주 사용된다. 따라서 동물용 공급은 유지하면서 마약상에 대한 공급만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ONDCP는 펜타닐의 첨가제로 자일라진의 대타가 될 약물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선제적 통제에 나설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