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83세 할머니, ‘경동맥 중재술’로 살았다
부산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 3시간만에 '경동맥 협착증' 스텐트 시술 성공
고령 환자 수술은 외과 의사가 꺼린다. 수술 이후 상태도 좋지 않지만 부작용 등 여러 합병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83대 ‘경동맥 협착증’ 할머니 환자 J씨 경우도 그랬다. 5년 전(2018년), 모 대학병원에서 ‘경동맥 협착 및 석회화’ 진단을 받았다. 그때도 고령(78세)이란 이유로 수술은 포기하고 약물 처방에만 의존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반신마비 증세로 집 근처 병원에서 받은 진단.
J 환자를 전원(轉院) 받은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 뇌혈관센터는 고민에 빠졌다.
입원 초기에 환자의 요청대로 항응고제 등으로 혈관에 달라붙은 혈전을 녹이려 했다. 5년간 약만 먹다 보니 혈관 내 협착은 이미 상당히 심해져 있고, 석회화로 혈관까지 딱딱하게 굳어져 있어 더는 약물치료만으로는 호전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고신대복음병원 신경외과 교수 출신 최재영 센터장은 “하는 수 없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과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했다.
걸림돌은 또 있었다. 수술하려면 혈관을 일시 차단해야 하는데, 그 환자는 수술하는 동안 견딜 수 있는 곁가지 혈관이 발달하지 못했다. 즉, 수술 도중에 뇌경색이 또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환자의 나이 탓에 환자도, 보호자도 수술 부담을 크게 느꼈다.
최 센터장은 결국 스텐트 삽입술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심한 협착과 석회화로 경동맥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차례 시도한 끝에 혈관 협착 부위에 와이어는 통과시켰지만, 이번엔 풍선 넣기가 어려웠죠. 혈관이 너무 좁은 겁니다. 곤욕을 치른 끝에 스텐트 2개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죠. 일반적으로 30분이면 끝내는 시술인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어요.”
'고령'이라고 약만 먹으면 협착에 석회화까지... 수술이나 시술 적기조차 놓쳐
경동맥 협착증은 심장에서 나온 피를 뇌로 보내주는 ‘경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질환.
우리나라 성인 5.5%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그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40대인데도 심각한 경동맥 협착증으로 수술받는 환자도 많아졌다.
가장 큰 원인은 ‘죽상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 스트레스, 특히 흡연 등으로 경동맥 혈관 벽에 찌꺼기가 끼여 좁아지고 딱딱하게 변한 것이다.
최 센터장은 “노인이라고 죽상경화증 환자를 장기간 약물치료에만 매달리면 결국엔 혈관 협착과 석회화로 다른 치료까지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의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노인 경동맥 협착증 환자도 혈관 중재술 등으로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동맥 협착증은 경동맥이 절반 이상 막혀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문제다. 경동맥 협착증은 초음파만으로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 김수희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여기에 컴퓨터 단층촬영(CT), 경동맥 도플러 검사, 자기공명촬영(MRI) 등 경동맥 조영술을 더하면 경동맥의 협착 정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J 환자는 시술 예후가 좋아 10일 현재 병원에서 무난히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