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노인들, 왜 시골 떠나 도시 향하나?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초고령 시대의 대비 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부음을 받거나 장례식장에 가면 고인의 나이가 90대는 흔하고, 100세를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야말로 ‘100세 시대’를 실감한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20년 현재 여자 86.5세, 남자 80.5세이다. 남녀 평균 83.5세다. 국제연합(UN) 자료에 따르면 1950~1955년에는 47.9세였다. 70년 만에 거의 2배로 늘어난 셈이다. 먹는 문제 해결, 의료 기술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세계적으로도 선두권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위는 일본으로 84.3세이고, 2위는 스위스 83.4세이다. 그 다음이 한국이다. 이어 싱가포르와 스페인(83.2), 키프로스(83.1) 등이 뒤를 잇는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CIA도 세계 각국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다.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1위는 모나코(89.73), 2위는 일본(84.41), 3위는 싱가포르(83.01)이다. 한국은 12위를 차지했으며, 최하위인 222위는 아프리카에 있는 에스와티니인데 31.88세다. 1위와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세 기관의 통계는 우리나라 삶의 수준이 경제력과 정비례로 월등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자랑할 만한 지표이면서도 우리에게 숙제를 안겨 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즉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100세 시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류가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대사건이다. 그것이 고달픔이 될지 즐거움이 될지는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도 심각성을 알고 있기에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2022년 새 정부는 국정 과제에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 체계 강화’를 명기했다. 목표는 고령자들이 건강하고 질 높은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일자리·건강·돌봄을 지원하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에서는 은퇴 후 노인들도 꾸준히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일하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한 요소도 없다.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와 시장형 일자리를 확충하는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는 지역 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예방적·통합적 돌봄 강화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고령이 되면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사는 것을 당연시한다. 현실적으로는 그 반대 행보를 한다. 나이를 먹어서도 생계를 위해, 질병 치료를 위해 대도시로 향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시골과 지방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골에선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는 현실 때문에 노인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서울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자기가 살았던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돌봄이 긴요하다.

고령자의 건강과 관련해선,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활동 감지 센서 등을 활용한 응급 안전 안심 서비스와 보건소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한 건강 관리 사업 확대도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노인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건강 관리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택 의료 센터의 추진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계약 의사제 내실화 등을 통해 의료 요양을 복합적으로 제공하고 가정에서도 충분한 서비스를 받도록 ‘통합 재가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급성기 병원을 중심으로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인근 지역 요양 병원 특성에 맞는 간병 서비스 모델도 마련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의료와 요양, 돌봄 연계를 통해 고령자들이 지역 사회에 계속 거주하면서 행복하고 보람찬 노후를 누릴 수 있는 계속 거주할 수 있는(Aging In Place)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특히 미래의 의료와 병원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래 병원이 갖춰야 할 중요한 세 가지를 뽑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래 스마트 시티에서 스마트 병원이 사람들 삶의 중심이 돼야 한다.

둘째, 감염병을 차단할 수 있도록 병원의 분야별로 감염 차단 시설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셋째, AI 및 스마트 기기의 활용,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장기, 의료 로봇 등이 유기적으로 구조화한 병원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100세 시대의 미래 의료 패턴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모든 나라는 국민이 건강하고, 부유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정책을 표방한다. 그 정책이 미사여구에 그치는 정책인지, 고령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제적 정책인지는 국민의 평균수명으로 나타난다.

모든 사람이 성경 시대의 므두셀라처럼 900년 넘게 산다면 지구는 초만원이 돼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 준비를 지금부터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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