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온 걸 알면서도 이재민 진료 계속한 노의사
튀르키예 갔던 그린닥터스 봉사단 오무명, 귀국 직후 뇌수술 받아
오무영. 부산권 소아청소년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명의로 유명하다.
그가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뇌출혈 증세로 고통 받으면서도 끝까지 남아 이재민 진료 봉사활동을 벌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귀국 즉시 뇌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입원 치료 중이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은 20일 “지난 2월 중순 7박 8일 일정으로 안타키아 등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긴급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던 온종합병원 오무영 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센터)이 봉사 도중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함께 봉사하던 김석권 박사(온종합병원 성형센터장)는 “워낙 강행군 일정이어서 튀르키예봉사단 모두 피곤이 쌓였고, 같은 방을 사용하던 오무영 센터장이 봉사 닷새째 날 ‘머리가 몹시 아파 진통제를 먹었으나 가라앉기는커녕 어지럼증까지 있다’고 호소해 직감적으로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의심했다”고 했다.
성형외과 수술 분야 전국 명의이기도 한 그는 “오 센터장 증상이 예사롭지 않다 판단해 현지 튀르키예 병원에서 진료 받기로 하고 차로 이동하던 중, 그의 증세가 크게 호전돼 입원 치료는 포기하고 예정대로 봉사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그린닥터스는 그렇게 500명 넘는 이재민을 진료했고, 오무영 센터장은 피부병이나 소화기계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던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을 주로 돌봤다. 이번 튀르키예 긴급의료봉사단은 오무영, 김석권, 정근(안과전문의) 등 부산권 내로라 하는 의료진과 간호사 등 15명으로 팀을 꾸렸다.
오 센터장은 지난달 18일 귀국과 함께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에서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받았고, 출혈로 인해 뇌 속에 상당량의 피가 고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즉시 뇌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퇴원하지 못하고 입원 치료 중이다. 단, 예후는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당사자 요청으로 비밀에 부쳐지다 최근 한 방송(ONN닥터TV) 프로그램 녹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월남 가족 오무영, "한국전쟁 때 우리 도운 튀르키예 보은해야 한다"
한국전쟁 막바지 1953년 태어난 오무영 센터장(70)은 원래 황해도 해주 출신. 그의 부모는 전쟁 통에 남한으로 내려왔다. 피난민 가족사를 안고 있는 그는 부산백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3년, 그린닥터스에 합류해 본격적인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북한 개성공단 내 그린닥터스 운영 ‘개성병원’의 진료 봉사에 8년간 동참했고, 해마다 동남아 등에서 펼치는 그린닥터스 해외의료봉사에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전운이 감도는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캠프 봉사를 비롯해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대참사, 2015년 네팔 대지진 등 주로 대형 재난현장에서 긴급 의료봉사를 펼쳐왔다.
특히 오 센터장은 이번 튀르키예로 떠나기 전엔 “월남 가족으로서 오래전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 자유를 지키려고 피 흘린 튀르키예에 보은하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경각에 처한 자신의 목숨을 돌보기보다는 지진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먼저 챙기려던 오 센터장의 따뜻한 마음은 국적이나 종교 등을 떠나서 많은 사람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