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멀리 인천 인하대병원과 손 잡은 이유가

"골머리 지끈"...상급종합병원들 사활 걸린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고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울산대병원과 인천 인하대병원이 정부 '증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함께 준비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이 사업이 상급종합병원들의 향후 경영전략 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점에서 두 병원 고민이 깊다는 증거다.

두 병원은 9일 오후 울산대병원에서 협약을 체결하고,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에 두 병원이 참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보 교류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병원간의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 밝혔다.

협약식 직후엔 기획, 인사, 전산 실무진들이 별도 간담회를 열어 세부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여기서 보건복지부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중증질환 진료엔 급여 수가를 더 높여주되 앞으로 3년간 외래환자는 최소 15% 이상 줄여보라는 사업.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중증질환 진료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은 이미 확정인 만큼, 사실상 외래환자 감축이 시범사업의 핵심. 정부로선 경증환자들까지 상급종합병원들에 쏠리는 현상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외래환자를 보지 않으면서 줄어드는 요양급여 매출에다 관련 비급여 진료 매출까지 손실분 전액을 병원들에 보상해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병원 규모 따라 다르겠지만, 병원당 평균 500억원 이상이다.

시범사업은 당초 올해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보강방안 등 이 사업과 연관된 이슈들이 잇달아 터지며 빨라야 10월께부터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범사업엔 현재 서울삼성병원과 서울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전국 14개 병원이 참여할 예정. 부울경에선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경상국립대병원과 울산대병원 등 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진료체계 시범' 전국 14곳...부울경에선 동아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5곳

하지만  '빅5 병원' 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들은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병원들마다 이 사업을 둘러싼 손익 계산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들도 "중증질환 중심으로 가야 장기적으로 병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외래 축소에 따른 환자 이탈, 그에 따른 3년간의 병원 수지 리스크, 특히 외래를 줄여야 할 가능성 높은 가정의학과 피부과 등 해당 진료과 의료진들에 대한 설득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 아니다"고 실토한다.

이에 울산대병원으로선 한 식구나 다름 없는 서울아산이 여기서 빠진 만큼 지혜를 모을 다른 파트너가 필요했고, 그 결과 인하대병원과 손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병원은 비슷한 규모(연매출 5천억원 내외)에 같은 사립대학병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동안 실무급의 단발성 접촉 외에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이번이 병원 차원의 협력은 사실상 처음인 셈.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들 경영전략에 워낙 큰 변화를 몰고 올 사업이어서 지금부터 골머리가 아프다"면서 "이번 시범사업 추진 단계에서 서로의 고민이 비슷하다 보니, 협력 필요성 얘기가 급진전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인하대병원은 바로 인근 서울 경기도에, 울산대병원은 부산 경남에 대형 경쟁병원들이 즐비한 만큼 외래환자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빠져나간 환자가 자기 병원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고민을 함께 안고 있다.

한편, 이날 협약식엔 울산대병원에선 정융기 병원장(아래 사진 앞줄 왼쪽 두번째)과 안종준 진료부원장, 인하대병원에선 이택 의료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 최선근 진료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울산대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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