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두뇌는 몇 살?...뇌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법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건강한 뇌 이미지
긍정적인 생각은 뇌를 젊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몸 중에서도 두뇌는 특히 신비로운 존재다.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신경망에 해당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의 숫자가 아직 억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인간 두뇌 속 시냅스와 신경세포의 연결망은 조 단위다.

물론 계속 진화하고 있는 AI가 신경망 등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곧 인간의 뇌를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두뇌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정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인간의 뇌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 생활습관, 성격 등에 따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젊거나 늙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실제 나이와 뇌 연령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구에 따르면 뇌는 실제 나이와 다른 속도로 노화될 수 있다”며 “뇌는 많이 썼다고 빨리 늙는 게 아니라 뇌 노화를 촉진시키는 요인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몸에 큰 이상 없이 건강하던 사람이 노년에 치매가 갑자기 오는 경우도 뇌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징후들과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뇌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느낀다

생물학적 나이와 반대로 느끼는 나이를 주관적 나이라고 부른다. 이런 주관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느껴진다면 이는 정말 좋은 일이다. 서울대와 연세대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나이보다 젊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세월이 가면서도 뇌 노화의 징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관적 나이가 어리다고 느끼면 실제로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구조적으로 얼마나 빨리 노화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이론 중 하나는 젊다고 느낄수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활동적이며 이는 뇌 건강에 아주 좋은 것으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젊게 느끼게 하는 것들을 하라”며 “예를 들어 평소 즐겨 듣는 곡목 표에 10대 시절 듣던 노래 대신 최신 노래로 대체하면 더 활력을 느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한다

캐나다와 스페인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두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더 중앙 집중화되고 전문화된 신경 연결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면 뇌가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뇌 에너지를 절약해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언어만 구사하는 사람들만큼 뇌의 전두엽 부위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즉, 기본적으로 마모를 줄이고, 인지 노화와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배워보자.

△마음 챙김 명상을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와 호주국립대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마음 챙김 훈련은 좋은 기억력에 필수적인 뇌의 회백질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이 이상적이다. 명상을 할 때 면역 반응을 손상시켜 뇌를 해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뇌의 회백질을 물리적으로 보존하게 한다.

연구팀은 “명상은 신경 세포가 새로운 가지돌기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냅스를 생성해 세포가 서로 통신하도록 돕는 가지돌기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회백질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10분 정도 명상을 해 뇌가 평온하게 생산적인 하루를 시작하도록 해보라.

◇뇌가 빠르게 노화할 수 있다는 신호

△냉소적이다

핀란드 연구팀에 따르면 매우 냉소적인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인지 저하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더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뇌 건강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명확하게 사고를 못하게 만든다.

만약 당신에게 냉소적인 경향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나 정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심호흡을 한 뒤 긍정적인 말을 선택해보라.

△주의력이 너무 산만하다

흥분하거나 긴장할 때 집중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면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쉽게 산만해지는 것은 인지적 노화의 신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성은 30대에 이미 뇌에 나타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의 징후 중 하나일 수 있다. 이는 흥분 혹은 각성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충격적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 갑자기 직면한다면 뇌의 전두엽 네트워크가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는 청반(중뇌에 있는 한 쌍의 소체)의 신호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나이든 사람들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면 인지 테스트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의 성향을 가지로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퍼즐이나 게임과 같은 두뇌 훈련은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가까운 사람들이 “뭔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만약 친구들이 당신의 행동이 예전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들의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대개 자신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다”며 “특히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주위에서 지적이 많아지면 의사를 만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낮에 너무 피곤하고 졸린다

낮에 피곤하고 졸린 증상은 여러 연구에서 언급된 중요한 뇌 노화의 징후 중 하나다. 낮에 졸리는 것은 뇌가 밤에 필요한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뇌의 직접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수면은 뇌의 중요한 보호자”라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무호흡증은 실제로 학습 및 기억과 관련된 뇌의 핵심 부분인 해마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산소 부족을 유발해 뇌를 손상시킬 수 있지만 이를 치료하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뇌 건강을 위해 밤에 7~8시간의 숙면이 필요하다.

◇뇌 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쉽고 효과적인 방법

△마인드 식단

마인드(MIND)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DASH) 식단을 혼합한 것이다. 마인드 식단은 잎채소, 통곡물, 베리류, 견과류, 생선, 올리브오일 등이 풍부한 음식으로 이뤄진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마인드 식단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 연령을 7년 6개월 젊게 하다.

58~98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의 식단을 조사하고 4년 이상 기간 동안 1년에 한 번씩 인지기능 검사를 받게 한 결과 붉은 고기, 설탕인 든 간식, 튀긴 음식과 같은 영양가가 적은 음식을 제한하면서 마인드 식단을 주의 깊게 따른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53% 감소했고, 식단을 비교적 잘 따른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35% 줄었다.

△계단 걷기 등 쉬운 활동

연구에 따르면 매일 계단 오르기를 하면 뇌 나이는 0.58세씩 젊어진다. 전문가들은 “계단 걷기는 쉽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이렇게 운동을 할 때 뇌의 쾌락 센터가 도파민을 방출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런 행복 호르몬은 운동을 계속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헤드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직장이나 집에서 일주일에 150분 정도 계단 오르기 등의 운동을 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지하는 친구들에게 감정 털어놓기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믿을 수 있는 좋은 경청자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문제와 스트레스를 쉽게 풀고 뇌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엄마에게 전화하고, 여동생과 줌을 하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때 들어주는 가까운 사람들을 두는 게 필요하다.

△빨리 걷기

연구에 의하면 중년 이상의 나이 든 사람들이 일주일에 3~5번 빠르게 걷기를 하면 기억력 상실을 개선하고 인지 점수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기억 상실의 초기 징후가 있는 중년 이상의 나이 든 사람들이 빨리 걷기를 자주 한 후 인지 점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기로 시작한 다음 점차적으로 속도를 높이면 성취감과 함께 뇌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희망 갖기

긍정적인 태도는 노화로부터 뇌를 보호하는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중 100세가 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훌륭한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세상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며 “희망을 품고 인생의 밝은 면을 보는 것은 나이에 관계없이 행복감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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