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 중 흑인 비율 5.7%
1900년 1.3%, 1940년 2.8%...다시 두 배 되는데 80년 걸려
미국 의사 중에 흑인의사의 비율이 약 5.7%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인구의 약 12%가 흑인인 점에 비춰 그 비율이 너무 낮아 공중보건상 위협이 되고 있다고 CNN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대협회(AAMC)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의사 가운데 백인은 63.9%, 아시아계는 20.6%, 히스패닉은 6.9%다. 흑인 의사의 비율이 매우 낮았다. 1900년 흑인이 미국 인구의 11.6%를 차지했지만 흑인의사의 비율이 1.3%인 것이 비하면 늘어났다. 40년 뒤인 1940년 흑인의사의 비율은 2배인 2.8%가 됐다. 이후 80년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2배로 늘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AAMC의 노동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딜은 흑인의사의 비율이 미국 인구의 흑인 비율에 훨씬 못 미치는 이유 중 하나는 "흑인들이 역사적으로 의학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며 이는 미국사회의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많은 의대가 백인이 아닌 사람들을 입학시키지 않은 오랜 역사가 있다.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의사는 1837년 제임스 맥퀸 스미스 박사였다. 그는 미국 의대에 진학이 안 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아야 했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 센터 도서관 & 아카이브에 따르면 1868년에서 1904년 사이 흑인 학생을 위한 7개의 의대가 설립됐다. 1923년에는 2개의 학교만 남았다. 워싱턴 DC에 있는 하워드대 의대와 내슈빌에 있는 메하리 의대였다.
더 놀라운 점은 흑인 의사 중 남성의 비율이다. 과거엔 모두 의사가 남성이었기에 남성 흑인의사의 비율은 1940년 2.7%였는데 2018년 2.6%로 줄어들었다고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댄 리 교수는 지적했다. 리 교수는 “지난 80년간 흑인남성 의사의 비율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흑인의사의 비율이 늘어난 것은 순전히 여성의사의 유입이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1978~2019년 40년 이상 동안 흑인과 히스패닉 또는 기타 과소 대표 그룹의 구성원으로 식별되는 의대 입학자 비율은 각 그룹이 일반 미국 인구에서 대표하는 비율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내과의 연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과소 대표되는 인종 및 민족 집단의 등록 학생 비율이 차별철폐조처(affirmative action)가 폐지되기 전에는 평균 약 15%였지만 폐지 이후 5년 동안에는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2008년 미국 최대의사단체인 미국의사협회(AMA)는 회원 자격을 사실상 백인으로 제한한 것들을 포함하여 흑인 의사들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의 역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202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종차별을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이라고 선언했다
희망적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AAMC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흑인 의대생 1학년 학생의 수가 21% 증가했다. 딜 박사는 “가장 젊은 흑인 의사의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지만 신규 의사는 전체 의사인구의 아주 작은 비율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흑인 의사들의 비율은 훨씬 더 느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의대생은 그 과정에서 진로를 바꿀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보 내과의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3만3000명 이상의 의대생 중 과소 대표되는 인종이나 민족으로 식별된 사람들은 학교를 그만두거나 강제 퇴학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 의대생 중 중 2.3%는 2014-15학년도와 2015-16학년도에 의대를 중퇴한 반면 히스패닉 의대생은 5.2%, 흑인의대생은 5.7%, 아메리칸 인디언, 알래스카 원주민,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주민 출신 의대생은 11%가 학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