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게브리오, 코로나19 '예방 약물' 사용에 제동
코로나 예방제로 유의한 통계 얻지 못해...매출 활로 고민
미국 머크(MSD)가 코로나19 경구용(먹는) 항바이러스제인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가 유의한 데이터를 얻지 못해 예방약물 사용 범위 확대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 엔데믹으로 매출 급감이 예상되자 머크는 코로나19 예방제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치료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머크가 발표한 최신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자와 함께 사는 1500명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라게브리오로 치료받은 환자는 위약을 복용한 환자보다 14일 후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23.6% 낮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머크의 딘리 회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흥미롭지만 라게브리오는 시험의 주요 평가 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라게브리오를 코로나19 예방적 치료 옵션으로 사용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를 추진 중이다. 현재 이 약은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중증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만 쓰고 있다.
딘리 회장은 "코로나19 고위험 환자에게 치료제로 제공하고, 호흡기감염바이러스(RSV)와 같은 다른 전염병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연구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현재까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지난 5분기 동안 매출이 66억 달러(약 8조 6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분기 실적보고서는 라게브리오 매출은 지난해 57억 달러(약 7조4000억원)에 달하며, 올해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크는 2021년 10월 라게브리오를 선보이며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50%까지 낮춘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화이자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입원 위험을 89%까지 낮춘다는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팍스로비드의 사용을 권장했다. 지난해 FDA는 약사가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 결정했으나, 라게브리오에는 처방 확대를 허용하지 않았다.
작년 영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라게브리오를 복용해도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사망이나 입원 위험이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립건강관리우수연구소(NICE)도 라게브리오를 코로나 치료제로 권장하지 않으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