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부과...비만 얼마나 줄일까(연구)

2018년 설탕세 도입한 영국, “6학년 여아 연 5천명 비만 예방”

달콤한 유혹의 중심, 설탕.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설탕세의 비만 예방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설탕세가 영국에 도입된 이후 매년 6000명 이상의 초등 6학년 여자 어린이의 비만을 예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이 2018년 4월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설탕세(청량음료 산업부담금 또는 설탕음료세)를 도입한 이후 초등 6학년 여자 어린이의 비만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자 초등생과 유아학교 어린이에서는 설탕세와 비만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14~2020년 유아학교 연령(4~5세)에서 초등 6학년(10~11세) 사이 어린이의 비만 수준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설탕세 도입 19개월 만에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의 비만 수준이 종전에 비해 8%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5234명의 비만을 예방하는 것에 해당한다. 특히 빈곤 지역에 사는 6학년 여자 어린이의 비만 수준은 9% 낮아졌다.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어린이의 비만 유병률에는 전반적으로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영국에서 유아학교 연령 어린이는 10명 중 1명꼴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는 5명 중 1명꼴이 비만이다. 비만 어린이는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우울증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

영국 젊은이들의 첨가당 섭취량은 권장량보다 훨씬 더 많다. 특히 청소년기 후반에는 일반적으로 권장량(30g)의 2배가 넘는 70g의 첨가당을 매일 섭취한다. 첨가당의 가장 큰 원천은 설탕이 첨가된 음료수다. 빈곤 가정 어린이는 비만 위험이 더 높고 가당음료를 더 많이 소비할 확률이 더 높다.

영국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설탕 소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 아동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청량음료에 대해 2단계로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했다. 청량음료 제조업체에서 거둔 세금은 교육부의 학교 스포츠 활동 운영에 썼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니나 로저스 박사(역학)는 "설탕세가 매년 많은 어린이의 비만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설탕세가 유아학교 남녀 어린이의 비만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주 어린 아이들은 가당음료를 상대적으로 덜 소비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탕세가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를 뺀 초등학생 전체 어린이의 비만 유병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유는 불명확하다. 남자 어린이들은 여자 어린이들보다 가당음료를 더 많이 소비한다. 일부 연구 결과를 보면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에 비해 TV를 더 많이 시청하고, 열량이 높은 식품을 선전하는 TV 광고에 더 쉽게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Associations between trajectories of obesity prevalence in English primary school children and the UK soft drinks industry levy: An interrupted time series analysis of surveillance data)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 얼럿’이 소개했다.

국내에선 국회 입법조사처가 2020년 설탕세 도입을 검토했다. 2021년 7월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설탕세의 해외사례와 지방세 정책방향' 보고서를 냈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학계 일부에는 설탕세의 당위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비만은 칼로리 과잉섭취 때문에 생기며 몸에서 남아도는 칼로리는 설탕 외에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모든 영양소에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1922년 초콜릿, 설탕 제품세를 도입했다. 이어 헝가리, 프랑스, 핀란드가 탄산음료세를 부과했고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설탕세를 매겼다. 아시아에서는 태국(2017년), 필리핀(2018년), 말레이시아(2019년)가 설탕세를 걷고 있다. 남미의 멕시코, 칠레(2014년)도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설탕세 부과를 권고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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