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없는 치매 예방약 퇴출… "처방할 약이 없다"
'옥시라세탐 ' 성분 '효과 입증 못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도 위태
인지 장애 치료제로 허가받아 처방돼 온 의약품들이 임상 재평가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잇따라 퇴출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인지 장애 치료제는 일선 진료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치매 예방약으로 처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재평가 결과 '혈관성 인지 장애 증상 개선'에 대한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옥시라세탐' 제제에 대해 처방·조제를 중지하고 대체의약품 사용을 권고하는 의약품 정보 서한을 1월 16일 배포했다고 밝혔다. 혈관성 인지 장애는 뇌혈관 질환에 의한 뇌손상 때문에 생긴 인지 기능 저하를 의미한다.
임상 재평가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옥시라세탐' 제제는 고려제약의 '뉴로메드정' '뉴로메드시럽' '뉴로메드정400mg', 광동제약의 '뉴로피아정'. 삼진제약의 '뉴라세탐장', 환인제약의 '뉴옥시탐정' 등 4개사 6품목이다.
식약처는 의약품 정보 서한에서 의·약사 등 전문가가 '혈관성 인지 장애' 환자에게 대체의약품을 사용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미 해당 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도 의·약사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병·의원과 약국이 해당 품목을 처방·조제 시 유의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인지 장애 개선제로 허가받았다가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성분은 '옥시라세탐' 성분뿐이 아니다. 지난 2019년 5월에 식약처는 임상재평가 결과를 근거로 도네페질 성분 의약품에서 '혈관성 치매' 적응증,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에서 '일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을 삭제한 바 있다.
또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은 추가로 실시된 임상재평가에서 '이차적 퇴행성 질환' 효능 입증을 실패하면서 지난해 9월 식약처로부터 회수 조치를 받고 사실상 퇴출됐다.
뇌기능 개선제로 허가받아 치매 예방약으로 처방돼 온 성분중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만 유일하게 살아 남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처방액이 5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도 식약처로부터 임상재평가 대상으로 지정돼 2025년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임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임상 재평가에서 효능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도 2026년에 퇴출될 수 밖에 없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 인지장애 개선제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라 처방 가능한 의약품이 없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진과 치매 환자들은 최근 미국에서 허가받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의 한국시장 도입 시점과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매 치료제 개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