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는 비알코올 지방간, B형간염 치료제로 효과(연구)
음주 아닌 대사질환 연관 비알코올 지방간, 간경변증 및 간암 발전 위험
최근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지방간 판정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으로 간에 지방이 축척되는 '비알코올 지방간'이다.
건강한 간은 무게의 5% 정도만 지방으로 그 이상 지방이 축척되면 지방간이 된다. 흔히 과음해 발생하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떠올리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80%나 된다. 지방간은 간복부 초음파검사와 간이 손상되며 혈액으로 빠져나오는 ALT, AST 등 간 효소 수치를 측정하는 혈액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특별한 임상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을 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위험한 이유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과 연관돼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8만 3038명에서 2021년 40만 5950명으로 최근 5년 새 40% 이상 증가했다. 비알코올 지방간을 방치하면 비알코올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비알코올 지방간은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난항을 겪었다. 지난 3일, 경구용 만성 B형 간염 치료제가 비알코올 지방간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약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생물의학 및 약물치료(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게재돼 새로운 치료길이 열릴 전망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교신저자)와 의생명건강과학과 석사과정 노푸른 연구원(제1저자)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약물이 비알코올 지방간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약물은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란 테노포비르의 표적화 전구약물(Novel Targeted Prodrug)이다. 이는 몸속에 들어왔을 때 효소에 의해 대사가 되고, 약효를 나타내는 약으로 약물의 화학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원하는 표적에 효과를 보이게 한다.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는 2016년 미국에서 성인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위한 경구 치료제로 처음 승인됐는데, 기존 만성 B형간염 약에 비해 혈장 안정성으로 높아 약효성분을 간세포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지닌다. 혈장 내 약물 전신노출을 약 89% 줄이며, 신장 및 골 안전성을 높였다.
중요한 것은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가 기존 약물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지니며 간 기능을 더욱 개선시켜 ALT 정상화율이 더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성 교수팀은 비알코올 지방간 동물 모델(쥐)을 이용,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를 투여했을 때 혈액 ALT(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과 AST(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개선되고, 간세포 손상도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가 간세포(간 내 단핵 식세포) 내 AKT 단백질 활성화를 억제해 항염증 효과를 얻고 비알코올 지방간이 개선되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교신저자인 성 교수는 “이번 연구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가 다른 항바이러스제에 비해 간 기능 정상화율이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비알코올 지방간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은 없어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체중 감량, 적절한 식사요법, 유산소 운동을 권해드리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표준 치료법이 정립된다면, 비알코올 지방간이 심한 환자들이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