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인 RSV 감염 10배 폭증"…왜?
어린이 감염이 많아지면서 손주와 접촉한 노인 감염도 늘어
올 가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된 미국 노인이 평년에 비해 10배나 많아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토대로 CNN과 웹엠디(WebMD)가 보도한 내용이다.
RSV는 독감처럼 호흡기 감염으로 전파되며 심하면 폐렴을 일으키게 된다. 주로 엄마를 통해 전달받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1세 이하의 영아가 많이 걸린다. 기저질환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도 감염될 때가 있다. CDC에 따르면 미국 노인 10만 명 중 6명이 RSV로 입원 중인데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기에 비해 약 10배 높은 수치다.
성인 대상 RSV 연구를 해온 미국 로체스터대 메디컬센터의 앤 페이시 교수(김염병)는 지난해 여름과 초가을 어린이들에게서 RSV가 다소 증가했지만 노년층에서 그에 비례한 RSV 증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지난해 노인들이 여전히 코로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공중보건 조치를 지속했지만 올해 들어 모든 사람들이 경계를 풀면서 RSV에 감염된 노인들의 입원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페이시 교수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RSV로 인한 성인 사망자는 1만명~1만5000명 사이이며, 입원자는 약 1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버팔로대의 토마스 루소 교수는 “올해 소아과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성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 같은 급증과 관련이 있다”고 웹엠디에 말했다. 그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RSV가 유행하면서 손자들과 어울리는 노인에게도 파급효과가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장 큰 우려는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상으로는 콧물, 코, 식욕부진, 기침, 재채기, 발열 등이 있다. 미국은 11월 24일부터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는다. 전문가들은 집안에 RSV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는 특히 65세 이상의 사람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면 호흡기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또 RSV는 피부 표면에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들은 붐비는 실내 환경이나 어린 아이들 주변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안전하다.
RSV를 예방할 백신은 현재까진 없지만 다음 시즌에는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는 FDA의 검토가 임박한 4개의 RSV 백신이 있으며 12개 이상이 시험을 거치고 있다. 일부는 유아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일부는 노인을 대상으로 테스트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