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면역세포 재설계"…새 항암치료법 나와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면역세포가 반응하도록 유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암세포의 특유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게 면역세포(T세포)를 새롭게 무장시키는 항암치료법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유전자편집과 면역세포설계라는 2가지 최신 기술이 접목된 이번 연구로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법 개발에 한걸음 더욱 다가설 수 있게 됐다. 10일(현지시간)《네이처》에 게재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진의 논문 내용이다.
연구진은 유방암과 대장암 등 여러 종류의 고형암에 걸린 16명의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채취한 암세포의 독특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추적해 그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다음 몸을 순찰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가 해당 돌연변이 단백질에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T세포수용체를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으로 참가자들의 T세포에 삽입했다.
참가자들은 체내 생산되는 자체 T세포의 수를 줄이기 위한 약을 먼저 복용하고 이후 편집된 T세포를 체내 주입 받았다. 참가자는 각각 최대 3개의 서로 다른 표적을 가진 조작된 T세포를 받았다. 이후 유전자 편집된 T세포들이 혈액 속을 순환하는 것이 발견됐고 종양 인근에서 발견된 비편집 T세포보다 더 높은 밀도를 보이는 것이 관찰됐다. 치료 한달 뒤 참가자 중 5명은 종양의 크기가 더 자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명은 편집된 T세포의 활성화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빠르게 회복됐다.
비록 치료 효과는 낮았지만 안전성을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T세포만 편집한 결과일 수 있기에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음 단계 임상시험에서 편집된 T세포의 수를 대폭 늘일 경우 치료 효과가 배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T세포 설계의 속도를 배가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편집된 T세포가 체외에서 배양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체내에 주입됐을 때 더 왕성한 활동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의 한 명인 안토니 리바스 UCLA 존슨종합암센터 연구원은 “우리는 환자 자신의 T세포로 군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점은 암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면역수용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해당 암의 특정 돌연변이에 반응할 수 있는 면역수용체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인데 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이 그 돌파구가 되어준 것이다.
이번 논문을 검토한 펜실베이니아대(유펜)의 애버리 포시 교수는 “유전자 편집기술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율화하고 있어 향후 10년 이내에 면역세포를 설계하는 매우 정교한 방법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5531-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