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부족해 억제대 쓸 수밖에 없어요"
서울대병원장 공석 장기화... "정부, 공공의료 역할 뭔지 몰라"
정부가 공공기관 인력을 감축하기 위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나섰다. 10일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병원노동자 1200여 명이 광화문에 모여 혁신 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연대는 현재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격리병상에서 코로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인 최은영 의료연대 서울지부 총무국장은 "공공의료 비중이 1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도 코로나 시국 많은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인력이 남아돌아 했던 게 아니고 돌려막기를 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인력을 감축하라는데 더 줄일 인원이 없다. 오히려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대병원들은 그 지역에서 민간사립병원이 하기 어려운 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며 "병원인력을 줄이면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걸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으로 이를 돌파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가 벌어졌을 때도 병원노동자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실감한다. 최 국장은 "저 사람 분명히 살릴 수 있는데 생각하면서도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은 인력 부족 문제로 더욱 허덕이고 있다. 보라매병원 간호사인 홍소의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서울대병원은 3차 병원이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하 통병)의 개수가 제한돼 있는데, 보라매병원은 2차 병원이어서 제한이 없어 그 수가 많다"며 "통병은 간병인이 없는 병동이고 입원 제한 기준도 없는데 간호사 한 명이 10~12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섬망, 조현병 등이 있는 환자를 기준 없이 많이 받다보니 낙상 사고가 제일 많이 일어난다"며 "보호자가 1대1로 붙어도 통제하기 어려운 환자들인데 간호사 한 명이 10명씩 보니까 결국 환자에게 억제대(환자 억제 시 사용하는 끈)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병은 일반병동과 달리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 인력이 모든 일을 처리한다. 300만 원이 소요되는 간병비를 60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및 보호자 입장에서는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문 간호사가 욕창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서비스다. 문제는 인력이 부족해 이러한 서비스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를 묶어두거나 배변으로 엉덩이가 문드러져 욕창이 생기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신임 서울대병원장 임명은 6개월째 미뤄진 상태다. 최 국장은 "정부는 병원의 기본 역할을 아예 모르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은 단순히 국립대병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공의료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그런 국립대병원장 자리를 6개월째 공석 상태로 두는 게 말이 될까"라며 한탄했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 분회는 병원을 통솔하는 수장 임명이 지연되면서 소통 부재, 책임 전가 등의 문제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전임 원장인 김연수 원장이 임기가 종료된 5월 31일 이후 임시로 자리를 맡고 있는 상태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10일 '공공기관 안전 긴급 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 인력 감축에서 필수 안전 인력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무궁화호 열차 탈선 등 안전사고와 관련한 검토 내용으로, 필수 안전 인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모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