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왱', 가을모기는 왜 안 사라질까?
일본 뇌염을 옮기는 ‘작은집빨간’ 모기로 박멸에 더욱 힘써야
꿀과 같은 단잠을 즐기는데 귓가에 왱~ 소리가 들린다. ‘이 가을에 모기가?’라는 생각에 불을 켜보면 이미 물린 뒤다. 여름이 다 지나고 11월을 앞둔 지금도 모기가 기승이라니 기가 막힌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도 지났는데 이 모기들은 변종이라도 되는 걸까?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를 통해 채집된 모기수를 공개하고 있다. 2022년 8월엔 5만 5677마리로 지난해 8월 보다 35.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8월 최저치로 쾌적한 여름을 보낸 것이다.
9월 모기 수는 증가세다. 서울시 기준으로 채집된 모기 수는 ▲2018년 6만 7379마리 ▲2019년 8만 3274마리 ▲2020년 9만 5170마리 ▲2021년 9만 542마리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지난달 1~3일 채집된 모기는 일 평균 2379마리로 8월 일 평균인 1796마리는 물론 7월의 1902마리를 훨씬 뛰어넘는다.
모기는 더운 여름에 활동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모기는 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번식이 활발해지지만 32도가 넘으면 개체 수가 줄고 활동성이 낮아진다. 한여름엔 시원한 지하실 등에서 여름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모기의 적정 활동 온도는 27도로 일교차가 큰 가을이면 따뜻한 실내로 침투해 활동하기에 사람들은 모기가 더 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가을엔 특히 크기가 작고 물린 부위에 가려움이 큰 ‘작은빨간집’모기가 활동이 왕성하다. 이 개체는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기기로도 유명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일본뇌염 환자가 8월에서 11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에 감염되면 5~15일 잠복기가 지난 뒤 초기 증상으로 발열과 두통이 시작된다. 치료받지 않으면 고열과 발작, 경련과 마비 등 치명적인 급성 뇌염으로 진행되고, 증상이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중증 뇌염에서 회복되더라도 30~50%는 인지·운동 장애와 발작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일본뇌염은 간단한 예방 접종으로 쉽게 감염을 막을 수 있으니 접종력이 없는 성인은 접종하는 게 안전하다.
평소 유독 모기가 잘 물리는 사람이라면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줄이자. 모기가 흡혈하지 못하도록 품이 넓고 소재가 두꺼운 옷을 입으면 비교적 안전하다. 캠핑이나 등산 등 벌레가 많은 곳에선 모기기피제를 바르고 진한 향이 나는 화장품 사용은 삼가야 한다.
가정에서는 문틈에 있는 작은 빗물 구멍까지 잘 막고 방충망을 보수한다. 부엌이나 샤워실의 배수구로 모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1:1 섞은 물을 부어 소독하고, 취침 전엔 배수구를 덮개나 물 채운 지퍼백으로 막고 잔다.
한편, 피부 미생물에 따라 모기에 많이 물린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 신경과학 연구진은 생물학저널 《셀(Cell)》에 피부에 사는 유익균이 피지를 먹고 생산하는 ‘카복실산’이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신경생리학자 레슬리 보스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3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자 64명의 팔에 나일론 스타킹을 착용해 체취를 모았다. 이후 이집트숲모기 수십 마리를 가둬 둔 케이지에 다른 사람의 체취가 담긴 스타킹 조각을 두 개씩 놓고 어느 쪽에 더 많은 모기가 몰리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한 실험자의 스타킹 조각에 모기가 몰려들었다. 모기가 몰린 시료를 분석해 보니 비인기 시료의 100배에 달하는 카복실산이 함유돼 있었다. 연구팀은 몸에 사는 유익균이 피지를 먹고 카복실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치즈나 발 냄새 같은 고릿한 냄새가 나 모기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스홀 박사는 “지금 모기에 잘 물린다면 3년 뒤에도 똑같을 것”이라며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 구성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며 모기가 몰리는 이유 중 일부는 박테리아 형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