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낀 바비인형 보셨나요?…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바이오&헬스]보청기를 낀 어르신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삶 누려야
지난 6월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에서는 의미있는 라인업을 선보였다.
2022년 패셔니스타 라인에서는 보청기를 끼거나 백반증을 앓거나 의족을 끼고 휠체어를 타는 바비인형을 출시한 것이다. 보청기 회사 CEO인 필자에게 가장 눈에 가장 띈 것은 아무래도 보청기를 착용한 바비인형이었다. 마텔 측은 이번에 나오는 새 인형 시리즈는 다양성과 포용성에서 우리 회사 제품 중 최고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계 곳곳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고마웠다.
WS오디올로지 코리아에서는 올 해 초 우리나라 국민들의 난청이나 보청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 기관에 의뢰해 보청기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중 40.5%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남성이 51.3%로 여성 26.9%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자식들에게 약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버지가 더 힘든 일인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조사결과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WS오디올로지 코리아와 지반토스 일본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는 개인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일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잖은데 일본 버스에서 본 광경들이다.
노약자가 편하게 누를 수 있도록 노약자석 팔걸이에 부착된 하차벨과 버스가 정차했을 때 승하차가 용이하도록 버스의 차체가 정류장쪽으로 살짝 기울여지도록 만든 구조가 그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시선에서 본 어려움을 개선하여 편의성을 높인 사례다.
보청기 기술도 사회적 약자인 난청인의 눈높이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보청기 기술력은 AI가 사용자 선호 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청취환경에 따라 가장 적절한 소리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가령, 보청기를 착용한 난청인이 친구들과 식당에 도착하였다면 주변 청취환경을 분석해 친구들의 말소리를 선명하게 들리도록 도와준다. 이 순간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면 보청기는 스스로 음악소리를 인식하고 보청기 조절 상태를 음악소리에 최적화해 피아노 연주를 만끽할 수 있다. TV시청, 가족모임, 사교, 쇼핑, 야외, 이동 중 등 다양한 청취 환경 카테고리가 구분돼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상황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최첨단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이제는 보청기가 결정한 음질에 사용자가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보청기에게 선호하는 음질의 소리를 학습시켜 실내, 길거리, 공연장, 식당 등과 같이 계속해서 달라지는 청취 환경 속에서 나만의 최적의 소리를 찾아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보청기가 가진 이명테라피라는 기능을 통해 이명증상을 개선할 수도 있고 한 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난청자를 위한 보청기도 있다. 보청기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해결이라는 근본적인 기능 외에도 보청기 착용을 통해 난청인들은 사회적 고립감 불안감, 스트레스, 우울증, 치매 문제도 대응이 가능하다.
마텔은 바비인형의 귓속 보청기를 정확히 구현하기 위해 교육청각학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회사 자문에 응한 박사는 청각 장애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일해 온 교육청각학자로서 어린이들이 인형을 통해 청각장애를 공감하게 된 것은 매우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보청기 착용시 노인의 기억력 쇠퇴속도를 5배 늦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보청기를 낀 어르신이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삶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청을 극복하고 좋아하는 트로트를 최적의 사운드로 마음껏 듣는 아버지, 어머니를 그려본다.
- 신동일 WS오디올로지 코리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