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VS수입산 멸균우유 꼼꼼히 비교하고 선택해야

다양한 잔에 담긴 우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산 멸균우유가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낙농선진국에서 제조해 품질이 뛰어나고 저렴한 가격에 유통기한까지 길어 겉으로 보기엔 현명한 소비처럼 보인다. 정말 수입산 멸균우유가 저렴하고 품질까지 훌륭할까?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우유 수입은 2017년 3440톤에서 2021년 23284톤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 폴란드와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7개국에서 28여 개 제품 멸균우유가 수입돼 시판되고 있는데, 유통기한이 1년으로 길고 우수한 원유를 사용했다고 홍보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사실, 평균 가격으로 보면 수입산 멸균우유가 국내산에 비해 저렴한 게 아니다. ▲폴란드 M사는 1L 당 1350원 ▲독일 S사는 1950~2200원 ▲이탈리아 A사는 2580~2883원이다. 특히 ▲영국 J사는 왕실용 우유로 홍보하며 최저가 4,800원부터 최고가 2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반면, 국내산 멸균우유는 1L 당 1740~2280원으로 폴란드산 멸균우유만이 국내산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폴란드는 일반적으로 낙농선진국이라 불리지 않으며, 고품질 원유를 생산하고 역사가 깊다는 낙농선진국들의 멸균우유는 오히려 국내 멸균우유보다 높은 가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입산 멸균우유는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비교·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적혀있지 않고 원유 등급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국내산 우유는 살균 처리 방법과 체세포수, 세균수를 기록해야 하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대부분 살균 처리 방법을 표기할 뿐 체세포수와 세균수는 적혀있지 않다.

국내산 우유는 여러 목장에서 원유를 수집해도 원유에 대한 일관적이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기준에 부합하는 원유만 가공·판매하고 있다.

건국대 동물생물과학대 이홍구 교수는 “먼 거리에서 장시간의 운송시간을 소요하는 수입산 멸균우유의 경우 유통기간이 길 수밖에 없어 흰 우유 본연의 신선함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부패를 막기 위한 처리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덧붙여 “국내 우유는 세균수 1A, 체세포 1등급 원유를 사용해 제품에 표기하지만, 수입산 멸균우유는 원유 등급을 확인할 방법도 없고 안전성도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산 멸균우유는 평균적으로 유통기한 12주 내외로 1년인 수입산 멸균우유에 비해 짧다. 충분히 1년으로 상향 조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멸균우유는 12주가 지나면 ‘크림화 현상’이 발생, 유지방이 분산되면서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국내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설정해 관능 품질을 높인 것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편, 우리나라의 우유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63.9톤에서 2021년 86.1톤으로 증가했지만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1년 45.7%로 감소했다. 자급률은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중을 뜻하는데, 국내 우유 생산량은 2001년 233만 8875톤에서 2021년 203만 4384톤으로 약 30만 톤이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입량은 65만 2584톤에서 251만 1938톤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즉, 수입 유제품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였다는 의미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전체 수입량 중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수입산 멸균우유의 95% 이상은 B2B시장으로 유통되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수입산 멸균우유를 찾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UN식량농업기구 5대 관리 품목에 포함될 만큼 우리의 삶에서 떼 놓을 수 없는 필수 식품이다. 제품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식량안보의 차원에서 우유 자급률 향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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