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없이 걸어"…루게릭병 신약, 획기적 효과 확인
바이오젠 신약 토퍼센 MND 진행 늦춰주고 호전 시켜주기까지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야구선수 루 게릭이 걸렸던 운동신경세포병(MND)의 진행을 늦춰주도록 개발된 신약이 획기적 약효를 보인다는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의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으로도 알려진 MND는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를 점진적으로 파괴하여 근육과의 의사소통을 차단해 근육을 약화시키고, 굳어지게 하고, 무용지물로 만드는 희귀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5년 이상 생존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현재의 치료법은 기대수명을 약간 늘여줄 뿐 걷고, 말하고, 먹고, 숨 쉬는 능력까지 앗아가는 것을 지연시키지 못한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이 개발한 토퍼센(Tofersen)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리보핵산(RNA)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치료제다.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ntisense oligonucleotide‧ASO)’라는 핵산 성분을 이용해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SOD1 단백질의 독성 버전을 차단한다. SOD1 단백질의 독성 버전은 MND를 가져오는 여러 원인 중 하나다.
연구진은 SOD1 돌연변이를 가진 108명의 MND 환자를 모집했다. 3분의 2의 환자에게는 척추 허리 부위에 놓는 주사로 토퍼센을 투약했고 나머지는 위약을 투약했다. 6개월 뒤 토퍼센 그룹 환자의 이동성이나 폐기능에는 임상적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결함이 있는 단백질 수치를 현저히 낮춰줬다. 그 수치가 고무적이었기에 임상시험 기간을 연장하면서 위약 그룹에게도 토퍼센을 투약했다
연장 6개월 뒤 환자들의 이동성이 좋아지고 폐 기능이 향상됐다. 일부는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다. 임상시험에 처음 참여할 때 휠체어를 타고 있던 한 남성은 지팡이 없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됐고 다른 환자는 크리스마스카드를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10년 전 MNC진단을 받았고 2016년 첫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레스 우드(68)는 12개월 간 토퍼센을 복용한 이후 아내와 함께 스페인에서 휴가를 즐길 만큼 회복됐다. 그는 “지팡이 없이 집 안을 걸을 수 있었고, 스스로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한 명인 셰필드대의 파멜라 쇼 교수(신경학)는 "스물다섯 차례 이상의 임상시험을 실시해봤지만 환자가 안정되거나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는 처음 보며 그러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토퍼센은 치료제가 아니라 병의 진행을 지연시켜주는 약이지만 MND에서 그 정도도 엄청난 진전이다. 특히 초기에 투약할 경우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쇼 교수는 “MND가 무서운 이유는 병이 진행되는 속도 때문”이라며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훨씬 더 살기 좋고, 훨씬 덜 무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이 약에 대한 허가 신청을 고려하고 있으며 조기 접근 프로그램에 따라 영국의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MND 협회의 연구 책임자인 브라이언 디키 박사는 “이러한 연구결과는 토퍼센이 SOD1 MND 환자에게 생물학적으로나 임상의학적으로나 효과가 있다는 확신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유전자 치료 기반 접근법이 다른 희귀질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개념 증명'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 원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4705)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