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긴 '잠복기'가...WHO “감시 상향 요청”
세계보건기구(WHO)가 바이러스 감염병인 원숭이두창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각국의 보건당국에 방역 감시 수준을 올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WHO는 26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지역 외에 유럽, 미국 등 20여 국가에서 지금까지 200여 건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고, 의심 사례는 100건 이상이라고 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은 이날 “세계 각국에 원숭이두창 감시 수준의 단계를 상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 외교부도 예의주시 “우리 국민의 감염 사례 없어”
우리나라 외교부는 26일 “재외공관에 접수된 우리 국민 감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원숭이두창의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로 출국하는 국민들에게 안전공지 문자도 발송하고 있다.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해외의 원숭이두창 발생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야생동물 및 유증상자와의 접촉자제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해외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돼 도움이 필요한 경우, 영사콜센터 또는 현지 재외공관으로 연락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 잠복기(3주) 긴 게 문제... 무증상 상태로 입국할 가능성은?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입국 시 모든 여행객을 대상으로 발열 확인과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 등 감시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잠복기가 있는 감염병 특성상 모든 감염자를 입국 시 선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코로나19의 경우 잠복기가 1~14일(평균 4~5일)이지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감염 후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6~13일, 길게는 21일이나 된다. 해외에서 감염된 확진자가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로 입국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발열·두통 등으로 시작해 2~4주 동안 온 몸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다. 대부분 회복되지만 악화될 수도 있다.
WHO가 밝힌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로 현재 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 0.13%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이는 각국의 의료 환경과 감염 대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유입된다하더라도 치명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정부, 새 백신 도입 검토... 밀접 접촉 후 4일 안에 접종하면 효과
정부는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에 대비해 이미 비축중인 백신 외에 새로운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6일 “이미 일정 수량의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면서 “3세대 백신인 ‘진네오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진네오스는 현재 원숭이두창에 대해 승인받은 유일한 백신이다. 덴마크 바이오기업 바바리안노르딕이 만든 두창 백신 임바넥스의 미국 이름이다. 감염자와 접촉 후 4일 이내에 접종받으면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7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은 원숭이두창을 치료 중인 일부 의료진과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이미 제공했다. 미국, 프랑스, 덴마크, 독일 등도 백신 제공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처럼 전 국민을 대상을 한 대규모 접종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백신 접종 방식이 까다로워 하루에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기 어렵고 전파력도 코로나19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원숭이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지만, 전 국민 대상 예방접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들에게 해외여행 시 원숭이두창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여행 시 피부나 생식기 주변의 병변(발진, 수포 등) 등 질병에 걸린 사람과의 밀접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야생동물 고기를 먹지 말고 원인을 모르는 새로운 피부 발진이 나타나면 발열과 오한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병원을 찾고 타인과 접촉을 피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