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난소암 등에 ‘키메라항원 수용체 T세포’요법 효과
혈액암의 항암 면역치료에 쓰이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요법이 상당수 고형암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형암은 우리 몸의 장기에 생기는 대부분의 암을 뜻한다. 또한 CAR-T 요법은 혈액암(백혈병)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네덜란드 암연구소(NCI)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환암·난소암을 앓는 소수의 환자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요법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계에 기반한 이 요법은 종양을 표적으로 삼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면역계 세포를 사용한다.
연구팀의 초기 임상시험 데이터에 의하면 재발성 또는 지속성 고환암·난소암 환자의 약 86%에서 종양이 성장을 멈추거나 줄어들기 시작했고, 특히 약 43%에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NCI 종양학자인 존 하넌 박사는 “다른 요법에 실패한 고환암 환자의 경우 더 이상 이용할 수 있는 요법이 거의 없는데, CAR-T 요법이 좋은 효과를 나타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특히 전립선암, 난소암, 자궁내막암이 CLDN6을 표적으로 하는 CAR-T 요법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백혈병·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를 위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6종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때와 같은 기술로 만든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으로 일부 환자의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했다. 또한 이번 요법에서 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몸에서 없애고, 종양세포를 더 잘 감지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빈센트 램 조교수(종양학)는 “많은 혈액암이 종양세포에 독특한 공통 표적을 공유하기 때문에 CAR-T 요법은 종양세포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또 CAR-T 면역세포가 고형 장기암(solid organ tumor)으로 이동해 침투하는 게 혈액암의 경우보다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임상시험을 위해 일부 고형암에만 독특하게 존재하고 건강한 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특정 표적(CLDN6)에 초점을 맞춘 CAR-T 요법을 새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요법의 안전성과 잠재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설계된 이번의 초기 임상시험에서 환자16명을 대상으로 요법을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CAR-T세포만 투여하거나, 코로나 백신을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텍의 mRNA 백신인 CARVac과 함께 병용 투여했다. 연구팀은 바이오엔텍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연구팀에 의하면 정맥주사로 전달된 mRNA 백신은 코로나 백신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복제본을 생성하는 것처럼, 비장과 림프절의 CLDN6 복제본 생성을 자극함으로써 CAR-T 반응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편 환자의 약 40%에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발생했다. 이 증후군은 단일클론항체 등 면역계 치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신 염증이며 환자들에게 발열,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을 일으켰으나,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약물로 쉽게 관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추가 임상시험을 거쳐 특정 유형의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뉴올리언스에서 온라인으로 10~15일(현지 시각) 개최되고 있는 미국암학회(AACR) 회의에서 발표됐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 이는 동료심사를 거쳐 저널에 발표될 때까지 예비적인 것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