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식습관… "대장암 등 질환도 확인해야"
변비는 성별, 식사량 등이 중요한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변비가 흔한데 성호르몬이나 임신, 심리적 영향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식습관도 변비 발생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변비는 일반적으로 하루 식사 횟수가 적고, 섭취하는 칼로리가 적을 때 발생한다. 또 물을 덜 마시거나 섬유소 섭취가 적을 때도 나타나기 쉽다. 신체 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못하면 역시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외에 신경성 질환도 변비를 유발한다. 중추신경계 질환인 파킨슨씨병, 척수병변, 다발성 경화증, 뇌혈관사고 등도 변비가 생기게 한다. 전신경화증, 아밀로이드증, 피부근육염 그리고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또 변비는 복용하는 약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약물로는 항콜린성약물, 진통제, 항고혈압제 등이 있으며 정신과 약물, 항히스타민제, 철분제제, 칼슘제제, 제산제, 경구용혈당강하제 등도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변비는 단순히 배변 횟수의 감소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흔히 알려진 발병률보다 실제 발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변비는 증상을 모르고 넘어가거나 간단한 하제 투여나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변비는 유병률이 높은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변비, 설사 같은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 받은 환자는 매년 150만 명 이상에 달했다. 2015년 진료 인원은 158만 명으로 인구 10만명당 3099명이 진료를 받은 셈이다.
세계적으로 과민성 장 증후군의 유병률은 9.5-25%에 달한다. 남성(5-19%)보다는 여성(14-24%)이 더 많다. 이 중에서 변비만 놓고 보면 산업화된 국가에서 유병률은 약 20%대로 높다. 평균적으로는 15% 수준이며 우리나라는 평균 약 16.5%로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재 교수는 “변비는 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가장 특징적이지만,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거나 딱딱한 변, 대변을 보고 싶지만 배출이 잘 되지 않을 경우도 해당된다"면서 "배변 횟수가 적고 완전하게 변이 배출되지 않거나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경우 등 여러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변비의 유병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실 변비는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변비의 정의는 2016년 4번째로 개정된 로마 표준(Rome criteria)에 따라 완화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단단한 변이 지속적으로 있으면서 과민성장증후군의 기준에는 합당하지 않은 경우이다.
6개월 전부터 최근 3개월까지 다음 6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있을 때로 내려진다.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가 4회 중 1회 이상, 단단한 변이 4회 중 1회 이상, 불완전한 배변감이 4회중 1회 이상, 항문 폐쇄감이 4회 중 1회 이상, 배변을 위해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골반저 압박 등 부가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4회 중 1회 이상, 일주일에 3회 미만의 배변 등이다.
변비는 다양한 원인과 증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므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대장암과 같은 질환이나 다른 전신 질환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 이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변비 치료 시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환자가 습관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거나 관장을 하는 경우는 약물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