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증상과 비슷한 갑상선 이상 신호

[정 남매의 갱년기 건강꿀팁] 갱년기와 갑상선 건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약 5~20배 더 흔히 나타난다. 특히 갑상선 기능이상은 폐경 이행기 및 폐경기 여성에서 흔히 진단된다.

많은 경우, 비특이적인 갑상선 기능이상의 증상이 폐경 후 증상과 비슷하거나 겹쳐서 갑상선 기능이상의 이상 신호를 단순히 폐경 증상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불안감, 심장의 빈맥, 발한, 체중 증가 및 불면증 등은 갑상선 이상증상 또는 폐경증상 모두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갑상선 기능이상이 뼈건강 및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폐경 후 여성들은 이러한 위험에 특히 취약하므로 갑상선 기능이상이 의심될 때는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갑상선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다. 갑상선 조직에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어, 에스트로젠이 갑상선 조직의 성장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에스트로젠은 갑상선 호르몬의 합성에 꼭 필요한 전구단백질, 갑상선글로불린(thyroglobulin)의 합성을 촉진시킨다. 즉,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갑상선 조직 성장이 떨어지고, 갑상선 전구물질 부족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가 생길 수 있다.

폐경기로 인한 변화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더해진다면, 피부 건조, 기억력 저하, 불면증, 피로감, 근육 경련, 추위를 타거나 변비 등의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지질대사 이상으로 심혈관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만약 에스트로젠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도, 갑상선 기능이 억제될 수 있다. 에스트로젠이 혈액에서 갑상선호르몬과 결합하는 단백질(thyroxine-binding globulin)의 생성을 촉진해, 많은 갑상선호르몬이 단백질과 결합한 형태로 존재하고, 세포 내로 들어가 작용할 수 있는 유리(free)형태의 갑상선호르몬이 적어진다. 이 때문에 갑상선 저하증으로 씬지로이드(레보티록신)를 복용하던 환자가 폐경 후 일정 기간 에스트로젠 보충요법을 받는 뒤 씬지로이드 복용량을 늘려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보다는 드물지만,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폐경증상과 겹치며 나타나기도 한다. 갑상선항진증의 흔한 원인인 그레이브스병은 45세보다 더 젊은 나이에 흔히 발병한다. 이에 비해 30~40%의 그레이브스병 환자는 45세 이후에 발병한다.

폐경기 증상과 유사한 갑상선 기능항진 증상으로는 불안감, 빈맥, 발한, 불면증과 체중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부정맥 및 허혈성 심장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특히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골흡수와 골형성을 증가시킨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골다공증의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지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폐경 후 여성에서는 또한 갑상선 결절이 매우 흔하다. 결절의 크기 모양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조직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하고, 적절한 추적검사를 하거나 또는 치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갑상선 초음파검사가 필수적이다.

폐경기 여성의 갑상선 이상은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의 결과를 비롯해 호소하는 증상의 종류 및 정도, 여성호르몬 치료 여부, 심혈관계 가족력, 골밀도와 같은 뼈건강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해 적절히 치료하는 게 이상적이다. 갑상선 기능이상이 의심될 때에는 단순 폐경 증상으로 여기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상담, 검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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