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진실 13주기.. 또 되새기는 '무서운’ 우울증

[김용의 헬스앤]

[사진=뉴스1 DB]

배우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지난 2일 고인이 잠든 경기도 양평군 갑산공원에서 가족과 지인, 팬들이 모여 추모식을 진행했다. 고인은 1968년생이니 살아 있으면 우리 나이로 54세다. 아들인 최환희(예명 지플랫)는 21세 청년으로 훌쩍 자라 래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방송의 경연프로에 출연해 “어머니에 이어 연기자가 꿈이었지만, 힙합에 매력을 느껴 래퍼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을 묻는 지원서 항목에 ‘가족을 잃었을 때’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고 최진실은 생전에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도 우울증 악화로 보고 있다.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절감한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정신력만으로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우울증 기미가 보이는 사람에게 “힘내! 사람이 왜 이리 약해”라는 농담조는 매우 위험한 말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70~80%가 우울증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잘못된 선택’의 충동을 느껴도 스스로 제어를 못한다. 뇌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판단을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있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도 모르게’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에 기능적-구조적인 변화가 급격히 진행된다. 우울증 발생에는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에 균형이 깨지면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치료가 꼭 필요한 심각한 병이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한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심리치료도 필요하다.

우울증이 심하면 항상 가족과 가까이 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잘 때도 같이 자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우울증 환자는 혼자서 자면서 새벽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 잘못된 선택의 충동을 줄곧 느끼다가 마침내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곁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었다면 환자의 이런 행동을 말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강한 친밀감을 유지하면 우울증의 영향을 줄이고 만족감을 올릴 수 있다. 많은 우울증 환자가 불면증을 겪는다. 주변 사람과의 긴밀한 인간관계는 잠을  자는데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업무능력도 크게 떨어뜨린다. 평소 직장에서 일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판단력이 흐려지고 업무 속도가 부진하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휴직 등을 이용해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에선 우울증 환자를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환자는 퇴직-승진 걱정에 우울증이 깊어져도 회사 일에 열중하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몇몇 기업에서 심리상담센터를 개설해 스트레스, 우울감 상담에 나선 것도 직원들의 우울증이 회사 업무에 미치는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면서 ‘코로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칫하면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노약자를 중심으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경우도 많다. 햇빛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에는 계절성 정서장애(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뇌의 기분조절 충추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오전에 20~30분 정도 밖에 나가 걷는 게 좋다. 햇빛은 우리의 눈을 통해 뇌로 들어와 세로토닌의 생산을 자극한다.

우울증 환자 가운데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속 깊은 얘기를 주변에 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회사 내부에선 더 숨기는 경향이 있다. 가족, 친구들이 마음의 문을 닫는 환자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 우울증은 병원 치료가 꼭 필요한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일보다는 치료’가 우선임을 강조해야 한다.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툭 던지는 주변의 말 하나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우울증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만 인식해도 치료에 도움이 되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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