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코로나19 치료용 구충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충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문제가 미국 보건 당국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법원이 코로나19의 환자 치료에 구충제를 쓸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구충제 ‘이버멕틴’의 처방이 최근 몇 주 동안 급증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약품의 처방 건수는 팬데믹 이전에는 주당 평균 3,600건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1월에는 3만 9천 건, 8월 중순에는 8만 8천 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CDC에 따르면 이버멕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 약물에 대한 노출과 관련해 독극물 통제센터에 걸려온 전화도 5배 늘어났다. 미시시피주 독극물 통제 센터에 걸려온 전화 가운데 70%는 이버멕틴을 복용한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것이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구충제 이버멕틴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페이스북 그룹, 온라인 커뮤니티 ‘래딧’ 등 일부 SNS에서는 이용자들이 팁을 활발하게 교환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지난해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사례와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버멕틴의 경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하는 등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이 꽤 많이 수행되고 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이버멕틴의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에 대해 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FDA는 "이버멕틴을 과다 복용할 경우 구토, 설사, 저혈압, 알레르기 반응, 어지러움, 발작, 혼수상태를 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 후반 동물용 의약품으로 도입됐으나 이후 머릿니, 옴, 기타 기생충 치료용으로 일부 사람에게 소량 투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코로나19 치료제로 관심을 끌었으나, 아직까지 임상시험에서 확실한 효능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법원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웨스트 체스터 병원 당국에 대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줄리 스미스의 남편을 구충제 이버멕틴으로 치료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려는 일부 환자 가족 등과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보건당국 및 의료계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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