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쇼핑 중독!' 강박적 집착, 어떻게 벗어날까?
[윤희경의 마음건강]
“저는 새 옷을 입지도 않고 쌓아 둡니다. 옷장에는 사고 한 번도 입지 않는 옷들도 많아요. 택배 온 것을 열어보지도 않고 다시 온라인 사이트에서 쇼핑하는 경우도 있어요. 멈추고는 싶지만, 통제가 안돼요. 게다가 어떤 옷은 한번 입으면 싫증이 나고,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사람 주거나 버려요.
돈이 많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요. 돈도 부족하지만, 옷을 사는 것을 멈출 수 없어요. 카드 대출까지 받아서 옷을 사다보니 현재는 신용불량까지 돼 막막합니다.”
쇼핑 중독은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강박적 증세 중 하나다. 과도한 집착이나 충동 때문에 불필요하거나 혹은 자신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위 사례자도 쇼핑 중독 증세를 보인다. 특히 옷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우리에게 옷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사람은 옷에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이지만, 어떤 이는 옷은 그저 입고 다니는 데 문제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한다. 실제, 옷은 가장 대표적인 자기표현의 도구 중 하나다. 그러나 종종 옷의 역할을 과도하게 해석해 옷 자체에 매몰되는 이들이 있다. 위에 언급된 옷 쇼핑 중독환자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이런 증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이들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옷은 아무리 사도 부족한 물건이다. 상대방도 옷차림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인관계를 비롯해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관계 속 가장 중요한 매체가 옷이 되는 것이다.
대체 이런 집착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답은 외모가 아닌 마음에 있다. 이런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들 중 상당수는 깊은 열등감에 빠져 있을 가능성 많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특히 힘들어한다.
이들에게 옷은 단순히 입는 것 이상의 의미다.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가리는 상징적 방패인 것이다. 그러나 옷은 마음의 방패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아무리 비싼 옷이나 화려한 옷을 입어도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다른 이들의 반응에도 예민하다. 새로 산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주변인의 반응에 따라 감정이 큰 폭으로 움직인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 맘에 들지 않은 옷은 집에 돌아가 찢어 버리기까지 한다. 한편 다른 이가 자신과 비슷한 옷을 입는 것조차도 참기 힘들어 하는 자기애적인 경향도 보인다.
안정적인 심리적 애착 관계를 경험한 횟수가 적을수록 열등감은 깊다. 때문에 옷과 같은 외형적인 것으로 관심을 얻으려는 시도가 잦다.
옷에 대한 집착이 있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다. 처음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옷인지, 상대방을 평가하는데 옷이 미치는 영향이 큰 지, 상대방 옷이 초라하다면 관계를 끊을 마음이 있는 지, 마음에 드는 옷이 보이면 무조건 사들이는 지, 누군가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도 꼭 사야 하는지, (체중 변화 등으로 입지 못하는 옷을 제외하고) 옷장에 입지도 않고 넣어둔 옷이 지나치게 많은 지 등은 본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질문들이다.
만약 위의 질문들에 대체로 ‘예’라고 답할 경우 옷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가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강박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약한 몸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듯, 마음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통제 없이 사들인 옷들 속에서 질식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절실하다.
옷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 어울리는 옷들을 골라낼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은 내 모습이 가장 예쁘다’ 라는 자기만족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이와의 만남에서도 인격적인 소통에 집중하는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마음이 옷장에 갇혀 있다면,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려 보자. 옷장을 열고 세상과 마주하는 순간, 진짜 나의 삶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