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전습관으로 치매 조기 진단 가능!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증상이 의심될 경우 의료검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치매가 의심될 경우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질의문답과 가족력검사를 거친 뒤에는 유전자검사, 척추의 척수액을 빼내는 검사나 양전자방사단층촬영(PET)을 통한 뇌의 아밀로이드 분석 같은 고가의 진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치매는 병리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또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연구결과가 축적됨에 따라 평소의 운전습관이나 신용카드 연체 패턴을 통해 치매 조기진단을 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사이 바야트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의 자금을 지원 받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연구진은 차량에 장착된 GPS 장치에 운전자의 운전패턴에서 치매 징후를 감지하는 바이오마커를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증세가 감지됐지만 이를 모르는 노인 64명과 인지기능이 정상인 75명의 주행 패턴을 1년 간 추적했다.

연구팀은 공격적으로 가속페달 내지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 제한속도를 초과하거나 훨씬 밑도는 속도로 주행하는 횟수, 차량을 갑작스럽게 움직인 횟수와 운전자의 기본적 ‘주행 공간’(주행 횟수, 평균 거리, 고유 목적지, 야간 주행) 계측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알츠하이머에 걸렸는지 여부의 88%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는 연구결과를 올해 6월 발표했다. 노인병 전문의이자 펜 메모리 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제이슨 칼라위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현실적이고 인지적으로 강렬한 행동을 관찰하면 나타나는 인지 장애의 초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비슷하게 신용카드 연체율로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는 연구도 올해 2월 발표됐다. 미국 콜로라도공립보건대학원의 로렌 니콜라스 팀은 메디케어 수혜자 8만명 이상의 의료기록과 소비자신용보고서를 연동해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기 6년 전에 망각증세로 인해 신용카드를 2회 연속 연체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됐다. 또 알츠하미어 진단을 받기 2년 반전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2회 연속 연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콜라스 박사는 “소규모 연구들이 스스로 보고한 재무 실수와 치매와의 연관성을 지적하긴 했지만 실제 재무자료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연구진이 전화통화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징후를 정밀 검사하는 기계학습 도구를 개발했다. 그들은 지난해 인터뷰 중 녹음된 오디오 파일을 이용해 건강한 환자의 음색 특징인 음색, 강도, 침묵의 간격을 알츠하이머 환자와 비교했고 이 모델들이 인지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IBM 연구진은 필기시험에서 단어 패턴과 용법이 나중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예측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모두 치매 조기진단 자료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사생활 보호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누군가 자신의 행동패턴을 파악해 치매여부를 판정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고려해야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매에 대한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의 동의 하에 이뤄질 경우 이를 수용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펜메모리센터의 의료윤리학자인 에밀리 라젠트 박사는 치매 위험을 환자와 가족이 알게 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그에 따르면 환자의 약 3분의 1이 건강 행동을 바꾸거나, 법적, 재정적 계획을 수립하거나, 다른 준비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보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라젠트 박사는 “그들은 유언장을 갱신하고, 사전 지침서를 작성하고, 운동을 더 많이 했다”면서 “일반적으로 치매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갖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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