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와 코로나 논란 언제까지?
[전의혁의 비타민D 이야기] ㉔‘힐의 조건’과 인과관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비타민D의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과 이를 지지하는 보건 전문인들과 정치계에 대한 뉴스가 세계 각국에서 매일 쌓이고 있다.
지난 2월23일 아일랜드 의회에서는 비타민D 결핍과 코로나19 증상에 대한 보건위원회 상하원 의원들과 의료인들과의 공청회가 열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타민D 정책수립을 요구하는 전문 의료인 컨소시엄(Covit-D Consortium)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 주 6선 하원의원인 글렌 그로스만은 지난주 하원 결의안을 발표했다. 호흡기질환 및 코로나19 합병증 예방에 대한 비타민D의 효과를 공인하는 내용이다. 그로스만은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에 대한 비타민D 복용 가이드를 공표하는 법률 제정을 요청했다.
또한 미시간 주정부의 양당 하원의원 3명은 지역 보건 전문인들과 함께 비타민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 감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쉽고 값싼 방법이 매일 충분한량의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리켄 연구소의 히데히로 호쿠야마 부소장은 지난 2월 22일 면역 증강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에 비타민D를 첨가한 ‘비타민D 첨가 코로나19 백신(Adjuvant vaccine)’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주류 보건 전문인단체와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비타민D의 근거 부족을 말하며 주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의학자들은 비타민D가 코로나19의 악화를 막는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17대 미국 연방 공중보건국장(Surgeon General)을 지낸, 애리조나 대학 공중보건학과 리처드 카모나 교수는 ‘힐의 조건’을 제시하며 정책 당국에 하루빨리 비타민D 보급을 호소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힐의 조건’은 의료통계학의 태두인 영국의 오스틴 브래드포드 힐 박사가 제시한 기준으로 실험이 불가능할 때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 쓰인다.
힐 박사는 1948년 결핵치료제인 스렙토마이신의 효과를 판정하기 위해 의학계 최초로 무작위대조 실험 논문을 발표, 현대 무작위대조실험의 기틀을 다진 학자다. 1962년 무작위대조실험이 불가능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관찰실험으로 밝혀냈고 이후 인과관계 판단을 위한 9가지 기준을 정립했다. 이 기준을 근거로 역학자들은 엄격한 실험 없이도 인과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①관련성의 강도(Strength of the association): 원인과 결과의 연관성의 강도는 어떠한가?
②관련성의 일관성(Consistency): 유사한 결과가 다른 연구에서도 제시되었는가?
③관련성의 특이성(Specificity): 위험요인이 하나의 질병과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가?
④요인 노출과 질병발생과의 시간적 선후관계(Temporality): 원인이 결과보다 선행하는가?
⑤생물학적 정도(Biologic gradient or dose-response relationship): 노출이 증가하면 결과도 비례하여 증가하는가?
⑥생물학적 설명가능성(Biological plausibility): 생물학적 과학원리에 따라 설명이 가능한가?
⑦기존 학설과 정합성(Coherence): 기존의 지식, 이론 등과 조화롭게 설명 가능한가?
⑧실험적 입증(Experiment): 가능성 있는 원인을 제거하면 질병 위험률의 감소가 나타나는가?
⑨기존의 다른 인과관계와의 유사성(analogy): 이미 밝혀진 연관성과 유사한가?
카모나 교수는 그동안 발표된 비타민D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 실험 논문을 검토, “비타민D 결핍은 코로나19의 위험 요인을 증가시키는 원인”임을 위 9가지 기준으로 증명한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 싱가포르, 영국(뉴캐슬), 이란, 터키, 멕시코, 프랑스,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실험결과 낮은 비타민D 수치가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탈리아(바리), 미국(시카고, 보스턴), 이스라엘, 스페인(산탄데르), 독일(하이델베르크), 이란(테헤란) 등의 실험 결과는 낮은 비타민D 수치가 코로나19 감염을 높인다는 예측 가능성을 보여줬다. 싱가포르와 스페인(코르도바)의 실험 결과는 비타민D가 코로나19 환자들의 폐렴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이미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변종바이러스도 생겨나며 현재의 백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완벽한 근거가 나오길 기다리며 코로나19 환자들이 더 이상 비타민D 결핍으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카모나 교수의 절절한 외침에 국내 의학자와 방역당국의 전문가들도 귀 기울이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