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방역당국은 비타민D에 신경쓰지 않나?

[전의혁의 비타민D 이야기] ㉒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의 비타민D

[사진=undefined undefined/gettyimagebank]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는 누가 뭐래도 백신이다. 치료제는 차선이다. 최초의 독감 치료제 리렌자나 신종플루 때 맹위를 떨쳤던 타미플루도 독감 증세를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줄이고 치명률을 낮출 뿐이다. 코로나19 치료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신이 당장 인류를 구원할 수도 없다. 세계적 물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거듭 돼 백신이 듣지 않는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백신이 코로나19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혼란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 몸을 봐야 한다. 기존에 무거운 병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희생되는 반면에,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이를 물리칠 수 있지 않은가? 비타민D는 이러한 인체의 방어력을 지키거나 높인다는 점 때문에 코로나19 시대에 진가를 더 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국가방역에 핵심역할을 하게 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비타민D의 코로나19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도 매일 비타민D 6000IU를 복용한다고 말했다. 톰 프리든 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장도 비타민D로 코로나19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고, 하버드대 의대 조앤 맨손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비타민D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러한 권위자들의 주장은 여러 나라에서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요양원과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노인 및 병약자 등 코로나19 감염 취약자 270만명에게 4개월 동안 1일 복용량 400IU의 비타민D를 무료 공급키로 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덥친 격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백신의 효과를 보기까지 급히 비타민D의 효용에 기댄 것이다.

영국에서 이러한 정책이 입안되기까지는 국회의원 두 명의 끊임없는 설득과 노력이 있었다. 서로 다른 보수당과 노동당의 두 국회의원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 코르도바주의 임상시험을 예로 들며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400IU의 최소 10배는 더 공급해야 하며 공급 대상 범위도 비타민D가 부족하거나 결핍인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보리스 존슨 수상을 압박하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보건단체 6개와 보건 전문인 73명이 프랑스 전 국민에게 비타민D를 공급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 국립의학학술원(French National Academy of Medicine)은 지난해 5월 “코로나 확진자의 혈중 비타민D 수치를 검사해 60세 이상에서 결핍으로 나타나면 5만~10만IU를 투여하여 호흡기 질환 합병증으로부터 보호하고, 60세 이하에게는 800~1000IU를 투여하라”고 권고했다.

이탈리아 의사 150여명은 지난해 12월 비타민D 수치를 40ng/ml 이상 유지하고 일일 4000IU를 복용하라고 제안했다. 또 슬로바니아 의료기관들은 의료인들에게 코로나19 취약계층 및 환자들에게 비타민D를 공급하라고 권유했다.

최근 ‘백신 전쟁’에서 세계 최고의 모범국가로 떠오른 이스라엘의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비타민D를 보충해야 한다고 전 국민에게 권고했다.

아시아에서도 비타민D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군수품 역할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지사가 지난달 보건의료 단체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대항하여 “전 국민 무료 비타민D 공급”(“Vitamin D for All”) 캠페인 개시를 선언했다. 인도 푸네지역 적십자사는 지난해 5월부터 코로나19에 취약한 지역 빈곤층 노인들에게 비타민D를 무료 공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 운동 양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지난해 12월 말 의료인 및 과학자 100여명의 서명으로 시작한 공개 서한이 전세계 정부 및 공공 의료단체 그리고 보건 전문인들에게 공포됐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비타민D 보급을 즉시 시행하고 비타민D 수치 최소 30ng/ml 이상 유지 및, 일일 4000IU 복용을 권고하라는 내용이다. 서명자는 현재(2월 6일 기준) 33개국 220명으로 늘어났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도 호주, 스페인, 독일 등에서는 전문 의료인들이 자국의 정부에게 코로나19 위기를 이기기 위해 비타민D 보급을 청원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의료기관이나 기업들이 비타민D를 무료로 나눠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비타민D는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는 아니다. 바이러스와 직접 맞서 싸우는 치료제도 아니다. 그러나 인체의 면역계가 바이러스와 맞서려면 적정량의 비타민D가 꼭 필요하다. 정상적 혈중 비타민D 수치(최소 30ng/ml, 권장40~60ng/ml)를 유지하는 것은 전쟁에서 필수군수품을 확보하는 것과도 같다.

어떤 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밑둥지에는 ‘비타민D 결핍’이라는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6.1ng/ml이다. 방역은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는 것인데, 백신만 기다리기에는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 정부의 보건 정책 입안자 및 전문가들의 비타민D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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