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질환이 난임 부른다?…“부부가 함께 미리 관리해야"
난임은 대개 생식기관의 문제가 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기저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갑상선 질환이다.
갑상선은 목 앞 중앙 후두와 기관에 붙어있는 4~5cm의 작은 장기다. 이 곳에서 신진대사와 연계된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경우를 갑상선기능항진증, 저하되는 경우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으로,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자극해 갑상선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며, 체중이 감소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특히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불순, 성욕 감퇴 등이 나타나면서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염을 비롯해 수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는 경우로, 피로감이나 체중 증가, 변비, 부종 등의 증상과 함께 무월경, 생리불순 등의 배란 장애를 유발해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 또한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 난임의 위험이 높아진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남성호르몬 수치의 이상으로 이어져 발기 부전, 성욕 감퇴 등의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는 남성의 경우 정자의 수 및 정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실제 난임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갑상선 질환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임신 계획이 있다면 산전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갑상선 질환의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있는 경우, 1형 당뇨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갑상선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갑상선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는 임신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신 후에도 조산, 사산, 태아 성장 부진, 태아 신경관 결손 등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태아의 갑상선은 임신 12~13주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모체로부터 갑상선호르몬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만약 산모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다면 모체의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져 태아의 뇌신경 발달을 방해하고 조산, 저체중, 유산 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우 산모에게는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고 태아는 자궁 내 발육부진, 조산, 사산 등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산전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 이상을 진단받았다면 먼저 질환을 치료하고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우선이다. 갑상선 질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정상범위로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함으로서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약물 치료 중 임신을 했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끊는 것은 자칫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변화로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절대 금물이다.
생활 속 갑상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요오드 섭취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의 주성분으로, 섭취가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과도하면 갑상선 기능 이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나 천일염으로 만든 음식을 자주 먹는 요오드 과잉섭취 지역이어서, 일상적으로는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지만, 과도한 섭취는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내과 박성운 교수는 “심장 두근거림, 추위·더위를 쉽게 타거나 피로감 등 갑상선 기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검사를 통해 자신의 갑상선 건강 상태를 알고 평소에 관리하는 것이 좋다”며, “해당 증상이 없더라도, 오랜 기간 임신을 시도했지만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나 임신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