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거품 있으면 단백뇨?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거품뇨’라는 말이 언제 생겼고 많이 쓰인 시점이 언제부터 일까? 정확하게 확인할 길은 없으나 아마도 물이 담긴 양변기 수조에 소변을 보기 시작한 이후일 것이다. 그래야 소변의 낙차 때문에 거품도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고 관찰하기도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거품뇨’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단백뇨를 생각한다. 그렇지만 거품이 생긴다고 해서 다 단백뇨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백뇨가 없는 일반인에서도 소변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정상에서의 거품과 단백뇨에서 나타나는 거품은 양과 꺼지는 정도에서 차이가 있어서 어느 정도 구분은 가능하다. 즉 정상뇨의 거품은 양이 적고 빨리 없어지는 반면 단백뇨 거품은 양이 많고 쉬 꺼지지도 않는다.
단백뇨 여부는 소변검사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우선 단백뇨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검사를 정성검사라 하는데 간단한 시험지법이 많이 이용된다. 검사 결과는 ±, 1+, 2+, 3+, 4+ 등으로 표시되는데 각각 10, 30, 100, 300mg/dL와 그 이상의 단백뇨를 의미한다. 단백뇨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 지를 보기 위한 정량적 검사는 하루 종일 소변을 모아서 측정한다. 그런데 24시간 동안 소변을 정확히 모으는 것이 어렵고 번잡할 수 있어서 최근에는 그때그때의 수시 소변을 이용하여 단백 배설량을 정량하는 ‘크레아티닌 대비 단백 비율(Protein to Creatinine Ratio : PCR)’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단백뇨는 콩팥 손상의 간접적 증거이다. 그러므로 단백뇨가 있으면 일단 콩팥병을 의심하여야 한다. 콩팥 손상이 있을 때 단백뇨의 성분을 보면 손상된 콩팥 부위가 어딘지 아는데 도움이 된다. 사구체질환이 있으면 사구체의 미세혈관에서 알부민이 새어 나와서 소변에 알부민이 주로 보이고, 세관질환이 있으면 세관에서 저분자량 단백이 재흡수가 되지 못하여 소변에 저분자량 단백이 많이 보인다. 사구체 단백뇨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에는 신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이 병은 사구체신염에 의하여 심한 단백뇨(알부민뇨)가 나오고 그 결과로 저알부민혈증, 이상지혈증과 심한 부종을 나타낸다. 이때의 하지의 부은 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는데 이를 함몰부종이라고 한다. 의미가 있는 단백뇨 환자에서 콩팥 조직검사를 하면 단백뇨의 원인이 되는 사구체질환을 알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적절한 면역억제 치료를 시행한다.
콩팥병이 없어도 단백뇨가 나올 수 있다. 운동을 심하게 한 경우, 열이 있는 경우,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 처한 경우에 임시적으로 나오는 단백뇨가 여기에 해당된다. 열이 있을 때에는 단백뇨가 나오다가 열이 떨어지면 단백뇨가 바로 없어지는 식이다. 콩팥병에 의한 단백뇨가 아니고 혈역학적 원인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단백뇨가 나오는 것이다. 반면 콩팥병에서의 단백뇨는 지속적이며, 단백뇨가 3개월 이상 존재하면 만성콩팥병이 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