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서 당 나와도 당뇨병 아닐 수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28세 남성입니다. 소변검사에서 당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당뇨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혈당 검사를 해 보니 공복 시 혈당은 85 mg/dL로 정상이고 당화혈색소도 5.5로 정상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
이 분은 소변으로 당이 나오는 당뇨(糖尿) 환자이지 당뇨병(糖尿病) 환자는 아니다. 당뇨의 원인이 콩팥의 세관기능 이상에 있기 때문에 ‘신성(腎性)당뇨’라고 한다. 혈당은 정상이므로 고혈당을 보이는 일반 당뇨병과는 구분된다. 요당이 있는 환자를 조사해 보면 500명 중 1명 꼴로 신성당뇨가 발견된다. 신성당뇨 환자의 혈당은 정상이므로 고혈당과 관계된 당뇨병의 각종 혈관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는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식사를 거를 때 포도당이 정상인보다 많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저혈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소변으로 당이 새어 나오는 경우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혈당이 높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콩팥의 세관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혈중의 당은 콩팥의 근위세관이라는 부위에서 어느 기준 이하에서는 다 몸 안으로 다시 흡수된다. 그래서 콩팥의 세관 기능이 정상이라면 소변에는 당이 나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혈중 당 농도는 180 mg/dL가 기준이다.
지금은 자동 혈당측정기를 이용하여 간편하게 혈당을 체크할 수 있으므로 그럴 일은 없지만 과거에는 요시험지봉 검사로 당뇨의 정도를 판독하여 당뇨병을 진단하였다. 즉 소변검사에서 당이 나왔다면 혈당의 수치가 180mg/dL 이상이고, 소변에 당이 발견되지 않으면 혈당이 180mg/dL 이하로 잘 조절되고 있다고 보는 식이었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 나가는 병이라고 정해진 당뇨병이라는 이름도 이러한 배경에서 정해진 것일 것이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에서 소변의 당을 측정하여 혈당이 조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 이유는 혈당 측정보다 예민도가 낮고, 소변의 농축도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으며, 체크된 요당이 현재 시점의 혈당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소변으로 포도당이 빠져 나가도록 하여 혈당을 조절하는 새로운 당뇨약이 개발되었다.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용체 2 억제제’라고 하는 약이다. 본 약제는 세관에서의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하여 소변으로의 포도당의 배출을 증가시켜서 혈당 상승을 억제한다. 저혈당의 위험성은 낮으나 소변량 증가로 체액량이 감소하면 혈압이 떨어질 수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사구체여과율이 45mL/분/1.73㎡ 이상이면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