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병 환자는 바나나 먹으면 안된다고?

[이태원 박사의 콩팥이야기]

사진=Shutterstock

콩팥병 환자의 과일-채소 섭취와 고칼륨혈증

요즘은 차례상에도 바나나를 올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 바나나가 이제 조율이시(棗栗梨柿·대추, 밤, 배, 감) 못지않게 우리에게 밀접한 과일이 된 것이다. TV에 소개된 제사상 위의 바나나를 보면서 올해 초 인터넷에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

한 남성이 건강에 좋다며 바나나와 오렌지 5㎏을 먹다가 온몸에 마비가 왔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당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클릭해서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보통 사람이 바나나와 오렌지를 많이 먹었다고 온 몸에 마비가 올 수 있을까?’

짐작했던 대로 우리나라의 사례는 아니었다. 기사에 소개된 남성은 만성콩팥병이 있는 60대 중국인 남성이었다. 결국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을 과다섭취해서 고칼륨혈증이 왔고, 이 때문에 온몸이 마비됐다는 기사였다. 바나나나 오렌지의 과다섭취와 전신마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콩팥이 정상인 일반인은 칼륨이 많이 함유된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어도 고칼륨혈증이 오지 않고 온몸이 마비될 일도 없다. 대부분 콩팥을 통해 바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칼륨이 풍부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으면 나트륨이 잘 배출돼 혈압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이 많은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의 칼륨 배설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과잉 섭취는 고칼륨혈증을 초래하고 그 결과로 근육무력감이 생기고 심하면 위 사례와 같이 근육마비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심장 합병증이다. 부정맥을 일으키고, 최악의 경우 심장이 멎어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한신장학회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지나친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유한다. 특히 여름에는 수많은 신장내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건강 수칙 1호로 칼륨 섭취 제한을 권장하며, 언론에서도 ‘무더위 식히는 제철 과일, 만성콩팥병 환자엔 독,’ ‘칼륨함량이 높은 과일·채소를 삼가라’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필자가 투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역시 고칼륨혈증에 대한 주의사항이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의 과다 섭취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섭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할까 ?

그렇지는 않다. 최소한 콩팥기능이 정상인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만성콩팥병 환자 중에서는 혈뇨나 단백뇨 등 신장 손상의 증거는 장기간 존재하지만, 직접적인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도 많다. 이들은 과일이나 채소의 섭취를 줄여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리고 콩팥 기능이 어느 정도 손상되었지만 절반 이상만 유지되고 있다면 지나친 과일과 채소의 섭취만 피하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이들에게는 콩팥 기능이 약해도 몸에서 칼륨의 배설을 증가시키는 보상메커니즘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일과 채소를 소량씩 섭취하는 것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주치의와 상의해서 과일과 채소 섭취를 결정하는 것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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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과일을 좋아하는 콩팥병 환자분들에게 좋은 정보입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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