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공채시험 "공정성 논란 끝에 결국 재시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서 공정성 시비가 일자 결국 일부 직군 응시생 전원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결정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심평원은 홈페이지에 "지난 20일 채용위탁업체에 위탁해 실시한 신규직원 채용 필기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고사장 OMR 답안지 배포·교체건'과 관련해 해당 분야(심사직 5급 일반) 응시생 전원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승택 심평원 원장은 "시험시간 내에 별다른 문제 없이 답안지를 작성하고 제출하신 응시생의 노고를 생각해 당일 치러진 결과를 기초로 면접대상자를 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았다"면서 "하지만 답안지를 교체하기 전에 휴게시간을 가진 사실이 있어 그 시간 동안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재시험 실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재시험을 치르는 심사직 5급 일반직은 채용인원이 174명이다. 심평원 상반기 채용이 예정된 인원은 심사직, 행정직, 전산직 등을 포함해 모두 294명이다.
심평원은 이에 앞서 별도의 사과문을 통해 "20일 실시한 신규직원 채용 필기시험(심사직 5급 일반) 도중, 일부 고사장에서 답안지 배포 및 교체과정의 혼란으로 응시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이번 일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리며, 빠른 시일 내에 최선의 대책을 마련해 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평원이 사과한 것 처럼 지난 20일 필기전형 1교시 중 일부 시험장에서 총 80개 시험 문항과 달리 답은 50문항만 작성할 수 있는 OMR 답안지가 배포됐다. 뒤늦게 잘못을 안 심평원 측은 1교시 도중 임시답안지를 배포하고 시험 이후 시험지와 임시답안지를 회수했다.
하지만 2교시 종료 후 답안지가 잘못 배포됐던 시험장에 임시답안지를 돌려주며 정식 답안지를 다시 작성하도록 한 게 공정성 시비를 불러왔다. 1~2교시 사이에 30분간의 휴식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답안을 공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의 진료비 심사와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의약품 치료재료의 관리 및 보험수가 개발 등 건강보험을 포함한 보건의료정책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지원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재시험 결정이 알려지자 수험생들은 다시 큰 혼란에 빠졌다. 재시험 날짜로 공지된 5월 20일(토)에 다른 입사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명 이상이 시간과 비용 낭비는 물론, 다시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정신적 고통까지 겪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 실수로 국민의 혈세와 관련이 있는 예산이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택 심평원 원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글로벌 수준의 국민의료평가기관이라는 분명한 사명감을 가지고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나라 의료문화를 가꾸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행정 실수는 '글로벌 수준의 국민의료평가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참에 가장 중요한 채용 시험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일부 공공기관의 관행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평원은 사과문과 재시험 공지에서 '채용 위탁업체'를 앞세우고 있다. 외주업체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채용 시험의 공정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채용 위탁업체'에 공정성을 맡길 게 아니라 스스로 전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