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다가오는 봄
한 눈 팔고 있어도, 다가오는 봄! 어제 낮부터 수은주 시나브로 올라 오늘도 푹한 날씨, 아침은 약간 덜 춥고, 낮은 어제보다 2~3도 높다. 전국이 대체로 파란 하늘. 제주도는 오후부터, 남해안은 밤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남부지방에선 동백꽃 활짝 폈고, 중부지방 나무마다 연초록 기운이 보일 듯 말 듯, 시나브로 번지고 있다. 꿈을 잊고 있어도, 꿈이 이뤄지는 내일이 슬금슬금 다가오듯, 그렇게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