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정형외과 '대리 수술' 추가 고발한 의협, 왜?
대한의사협회가 무자격자 대리 수술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파주 소재 정형외과 관계자를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대리 수술 고발 관련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마디편한병원 대표원장, 행정원장, 병원에 의료 기기를 납품하던 영업 사원 3인을 의료법, 보건범죄단속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최대집 회장은 "해당 병원 관계자는 사건 직후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고 대책 회의를 벌였다"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만큼 즉각 구속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인 행사로 환자 유치, 결과는 '무자격자 대리 수술'
지난 15일 MBC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16일) MBC는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병원 이름을 공개한다"며 해당 병원 실명을 밝혔다.
70대 환자 A씨는 지난 4월 파주 마디편한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근처 대학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A씨는 한 달 뒤 끝내 사망했다. MBC가 입수한 병원 비상 대책 회의 녹취에 따르면, A씨를 수술한 사람은 병원 원장이 아닌 의료 기기 영업 사원이었다.
A씨가 숨지기 이틀 전, 환자 B씨가 같은 병원에서 어깨 관절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서류상 B씨의 집도의는 병원 원장으로 기록돼 있었으나, B씨를 수술한 사람은 병원 행정원장이었다. 병원 행정원장은 지난 2011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의사 면허가 취소된 무면허 의사였다.
병원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영업 사원 대리 수술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 근무했던 전 직원들은 "평소 영업 사원이 수술복을 입고 수술에 참여해 왔다", "병원이 지역 내 노인복지회관 등에 할인 행사를 홍보하며 고객을 유치해 왔다"고 증언했다.
A씨의 유가족은 병원 원장, 마취과 과장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파주경찰서는 지난 9월 검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배당받아 2개월간 유가족과 병원 원장을 불러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사건은 파주경찰서가 아닌 다른 지역 경찰서가 담당, 국가과학수사대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으나 사인 불명으로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내사 종결된 상태다.
경찰 수사 진행 중... 의협 추가 고발 왜?
현재 파주경찰서는 MBC 보도 이후 마디편한병원 관계자를 불러 무자격자 대리 수술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일정 조율이 어려워 내년(2019년) 1월까지 수사 연장을 신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미 경찰이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을 추가 고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문가 집단으로서 더욱 엄중한 수사를 요청하는 취지에서 의협 차원의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종혁 대변인은 "지난 9월 첫 수사가 이뤄졌음에도 아직 병원 원장이 기소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심지어 B씨 사건은 무혐의로 내사가 종결됐다"며 미진한 수사 진행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병원 차원에서 대책 회의, 진료 기록부 조작 등이 이뤄졌다면 원장이 해당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의협이 지역 의사회를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마디편한병원 소속 무면허 의사는 행정원장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마디편한병원 대리 수술 사건이 "의료계에서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희귀한 케이스"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9월 부산에서 발생한 의료 기기상 대리 수술 사건, 10월 국립중앙의료원 정형외과 과장 대리 수술 사건 등도 특수한 경우라고 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3만 의사 회원 전체를 두고 본다면 무자격자 대리 수술은 범죄 의도를 가진 극히 일부 의사에 의해 벌어진다"라고 말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병원 원장 징계 안건을 올리고 보건복지부에 면허 취소 등 행정 처분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