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진료하고, 퀵 서비스로 약 처방하는 의사
의사 단체가 부도덕한 회원 자율 징계를 위해 독립 면허 관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4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전문가 평가제 시범 사업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은 "의료계 숙원 사업인 자율 징계권 확보를 위해 지난 시범 사업의 개선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전문가 평가제 시범 사업은 2016년 11월부터 1년간 의사 면허 관리 체계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지난 2015년 다나의원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 이후 관리 당국에 의한 제재와 별도로 의료계가 중심이 되는 자율 규제 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 해당 시범 사업에는 울산광역시시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 등 3개 광역시도가 참여했다.
울산시의사회 "불량 의사 처분 원하는 의사들 많아"
울산에서 탈모 치료를 하는 모 의원 원장 남 모 씨는 재진 환자의 진료를 직접 대면이 아닌 전화로 해 문제가 됐다. 남 모 씨는 퀵 서비스 업체를 통해 처방전과 약을 환자에게 배달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 전문가 평가단은 해당 지역구 보건소의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전문가 평가단은 남 씨의 대리 처방, 약국과의 담합 등을 의료법 위반 사항으로 보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심의를 의뢰했다.
홍경표 전(前) 대한의사협회 전문가 평가제 시범 사업 추진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명예회장)은 "전문가 평가제가 국민들에 대한 신뢰 회복과 선량한 회원 보호를 위한 제도로써 계속 추진되면 좋겠다는 지역 의사회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황성택 울산광역시의사회 전문가 평가단장은 "의료계에서 부도덕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새로운 법을 통한 제재를 요구한다"며 "의료계는 투쟁 또는 로비로 과도한 면허 규제에 맞서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 반감만 살 뿐"이라고 했다.
황성택 단장은 "전문가 평가제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울산 지역 의사 대다수는 전문가 평가제를 통해 비도덕한 의사를 엄벌,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광주시의사회 "사무장 병원, 지역 의사회가 단속"
김상훈 광주광역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전문가 평가제를 통해 광주-전남 지역의 고질적인 사무장 병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훈 이사는 "2017년 전국 300여 개 한방 병원 중 광주 지역 한방 병원이 103개에 달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사무장 병원이었다"고 했다. 김 이사는 "광주광역시의사회는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역 보험 회사 등과 사무장 병원 척결을 위한 회의체를 만들어 최근 광주 지역 한병 병원 수가 80개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김상훈 의사는 "사무장 병원은 적발되더라도 처벌 기간이 오래 걸려 개설 당시부터 개입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공단이 요구하는 특별 사법 경찰 권한을 지역 의사회에도 부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사들, 자기 모순 극복해야"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위원은 "우리나라 의료계는 의사들이 왜곡된 전문직 개념을 갖고 전혀 전문가답지 못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명진 위원은 "의사들은 자율성과 자율 규제를 요구하는 한편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안일한 개인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이러한 이중성이 의사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명진 위원은 "'자율을 택할 것인지, 타율의 간섭에 끌려갈 것인지' 의사 단체 전체의 집단적인 이념 무장이 필요하다"며 "환자를 위한 진료 표준, 의료법 바깥의 비윤리적 행위 단속 체계를 만드는 등 전문가로서의 자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립적인 면허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복지부 역시 동의한다"고 했다.
곽순헌 과장은 "다만 현재까지 전문가 평가제를 통해 복지부에 접수된 사례가 적어 향후 사업 범위가 더 확장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 평가단의 한정된 조사 권한, 부족한 예산 등은 복지부가 적극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