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특허 빼돌리기' 의혹...첨예한 진실 공방
3세대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특허 빼돌리기'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 7일 '한겨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김진수 단장이 서울대 재직 시절 국가 연구 개발비를 지원받아 동료와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를 본인이 최대 주주로 있는 툴젠으로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서울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특허 기술을 민간 기업에 사실상 헐값에 이전해줬다고 보도했다.
국가 예산으로 개발한 기술, 민간 기업에 고의로 빼돌렸다?
서울대 재직 당시 김진수 교수팀은 한국연구재단 창의연구사업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아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김진수 단장이 해당 기술의 특허권이 툴젠에 돌아가도록 서울대에 직무 발명 신고하기도 전에 툴젠 단독 명의로 2012년 10월 23일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는 것이 '한겨레'의 주장이다. 한 달 뒤 발명 신고서를 서울대에 접수할 때도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은 빼고, 툴젠이 지원한 소형 연구 과제 2개를 적어 마치 민간 기업이 100퍼센트 연구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몄다고 지적했다.
툴젠은 기술 이전은 적법한 계약에 근거하여 이뤄졌으며, '한겨레'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먼저 '특허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 툴젠은 발명자들이 소속 기관이 서울대임을 밝히며 '개인 명의'로 가출원(정규 출원을 하기 전 자신의 발명을 미국 특허청에 제출해 출원일을 앞당길 수 있는 제도)한 것이며, 특허를 가로채기 위해 '툴젠 단독 명의'로 출원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초 가출원 후 발명자-서울대, 서울대-툴젠 간 적법한 법적 근거에 따라 툴젠이 최초 가출원한 발명자로부터 출원인 지위를 이전받아 2013년 10월 23일 툴젠 명의로 본출원을 했다는 것이다.
또 특허 관련 논문에서는 유전자 가위 발명이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툴젠의 도움에 기초한 것이라고 명백히 기재돼 있는데도 '한겨레'가 '툴젠' 문구만 완전히 누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대에 제출한 발명 신고서에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가 누락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다. 툴젠의 반박 자료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개발 연구는 툴젠뿐만 아니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서도 이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단장은 관련 논문 작성에 미친 한국연구재단의 기여도가 70%라고 보고한 바 있다고 '한겨레'는 10일 추가 보도했다.
서울대의 김진수 단장 봐주기?
서울대가 김진수 단장의 '특허 빼돌리기' 의혹을 알고도 사실상 묵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년 전 김진수 단장의 특허 비리 제보를 받고 내부 대책까지 세웠지만, 이유 없이 실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서울대는 직무발명 신고가 들어온 후 특허심의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4일 만에 기술 이전 계약까지 체결했다. 유전자 가위 특허는 다른 3개 특허와 묶어 1852만5000원이라는 '헐값'에 넘겼다고 '한겨레'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툴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툴젠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서울대에 유전자 교정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기술 이전 대가를 지급하는 것과 별도로 2011년 12월 28일 서울대학교 발전 기금에 툴젠의 보통주 10만 주를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는 현재 시가로 약 12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툴젠은 "서울대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입히고 툴젠에만 이익을 주는 계약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이는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을 통한 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서울대 지식 재산권 관리 규정 목적에 부합하는 윈-윈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도 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일반적으로 기술이 사업화되기 이전에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사업화 과정에서의 여러 변수에 따라 가치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기술 이전 시점에 특허 가치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헐값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툴젠과 기술 이전 계약 당시 특허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특허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후 서울대의 권리가 침해당한 부분이 발견되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사진=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