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의정서'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나고야 의정서(ABS) 국내 이행에 따라 유전 자원을 이용해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인 학계 및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당장 오는 18일부터 나고야 의정서 이행을 위한 유전 자원법(유전 자원의 접근, 이용 및 공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기업과 연구 기관이 준수해야 할 절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안내하는 나고야 의정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명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효 생명연 ABS연구지원센터장, 안민호 생명연 ABS연구지원센터 박사가 기본 절차 및 국내외 사례 등을 소개했다. 이어진 현장 질의응답 시간엔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세부 사항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단연 관심은 유전 자원을 이용한 연구 개발이 나고야 의정서 이행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쏠렸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명공학 적용 등의 방법으로 유전 자원 연구 개발을 수행하는 경우를 '유전 자원의 이용'이라 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생명공학에 대해서는 '특정 용도를 위해 제품이나 제조 공정을 개발하거나 변형시키기 위하여 생물학적 체계, 유기체, 또는 그 파생물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적 응용'이라며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넓게 해석하면 유전 자원을 애초 용도에 따라 그 자체로만 쓰거나, 벡터 등 단순 바이러스 숙주용으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 유전 자원을 이용한 거의 모든 연구용 또는 상업용 연구 개발이 포함되는 되는 셈이다.
설명회에서 소개된 내용과 그간 ABS연구지원센터에 접수된 주요 질문, 현장에서 나온 질의 사항을 토대로 나고야 의정서 이행을 위한 대응 방안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 유전 자원법에 따라 신고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는 무엇인가?
A. 인간 유전 자원과 남극 등 국가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 존재하는 유전 자원은 적용에서 제외된다. 또 유전 자원 등의 접근 및 이익 공유와 관련해 다른 국제 조약의 적용을 받는 유전 자원과 특허법 제87조 제1항에 따른 특허권 설정이 등록된 유전 자원 등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유전 자원을 단순하게 투입하거나 재판매 하는 등 '이용'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유전 자원도 제외 대상이다. '이용'에 해당하더라도 상대 국가가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이 아니라면 적용 대상이 아니다.
Q.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의 유전 자원을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문의해도 아무 답변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유전 자원법 제14조와 제15조에 따라 해외 유전 자원에 접근해 국내에서 이용하고자 할 경우, 제공국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했다는 증빙 서류를 국내에 신고해야 한다. 단,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이라도 유전 자원 등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위한 절차를 마련한 국가에 한정된다. 만약 관련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신고하지 않아도 되나, 향후 상대국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를 대비해 문의 메일 등 최소한의 절차를 이행하고자 했다는 증빙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Q. 18일 국내 유전 자원법 시행 이후 이행해야 할 절차는 무엇인가?
A. 외국인, 외국 기관, 국제기구 등이 국내 유전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할 경우, 해당 자원의 책임 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국내 자원의 해외 반출을 위해 생물다양성법, 농업생명자원법, 해양수산생명자원법, 병원체자원법의 신고를 마쳤다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위의 법들이 더 엄격한 신고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국내 자원을 국내에서 연구한다면 신고 대상이 된다.
우리 국민이 해외 유전 자원에 접근해 이용하고자 한다면, 해당 국가가 마련한 절차에 따라 사전 통고 승인(PIC)과 (필요하다면) 상호 합의 조건(MAT) 체결서를 먼저 취득 후, 취득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국가 점검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18일 이전에 승인을 받고 이용하고 있는 자원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현재 연구 개발을 하고 있는 해외 유전 자원에 대해 18일 이후 새롭게 승인을 받아야 하느냐다. 거듭 강조하지만, 18일부터 시행되는 유전 자원법은 향후 새롭게 사용할 해외 유전 자원에 대해 국내 연구 기관이 당사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신고하거나 외국인이 국내 자원을 이용할 때 따라야 할 절차 등을 담은 국내법이다. 만약 국내 연구 기관이 중국 등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의 유전 자원을 연구개발에 이용하고 있다면, 그건 국내법 시행과 상관없이 당사국의 절차를 따랐어야 한다.
Q. 유전 자원을 연구용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았는데, 연구가 잘 되어 제품화 등 상업화로 이어질 경우 목적 변경을 해야 하나?
A. 연구용에서 상업용으로의 목적 변경은 이익 분배 문제가 걸려 있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일단 신고할 때 연구용인지 산업용인지 반드시 용도를 밝히게 되어 있고, 한번 정해진 용도를 변경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자원 제공국으로부터 상업용으로 다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허 출원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특허 출원은 상업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승인 시 특허 출원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Q. 원산국을 1개국으로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이용 승인을 어디에서 받아야 하나?
A. 원산국은 말 그대로 과학적이나 전통적으로 봐도 원산지가 틀림없는 국가를 말한다. 하지만 원산국이 복수일 수도 있고, 옛날 누군가에 의해 전파돼 서식된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제공국 개념으로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
Q. 제조에 필요한 식물 추출물을 0.01퍼센트처럼 극소량만 사용하거나, 단순히 자원에서 성분을 추출·분쇄해 제품에 활용하는 경우에도 나고야 의정서 적용 대상이 되나?
A. 나고야 의정서 적용 기준은 유전 자원의 소유국과 이용 여부가 중요한 것이므로 함량과는 무관하다. 또 생명공학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도 소유국이 어떻게 기술을 정의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소유국이 추출과 분쇄도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정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분쟁에 휘말리면 대부분 이용이 아니라는 쪽에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나고야 의정서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많고, 세부적인 정의는 각 국가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생명공학에 해당한다 아니다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나고야 의정서 마련 배경엔 타국의 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해 이윤을 남기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소유국 입장에선 단순한 기술을 썼으니 적용이 안 된다고 보지는 않을 것 같다.
Q. 해당 자원을 소유한 국가의 법률을 확인하라고 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 일일이 모든 법률을 파악하고 법률에 따라 소유국과 계약을 맺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해주는 조직은 없나?
A. 국가적으로 모든 사안을 컨트롤하는 조직을 만들기는 사실상 힘들지만, 중소기업을 위해 생명연 ABS연구지원센터에서 30~40여국의 법률을 각각 분석해왔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 및 기관을 지원하는 헬프 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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