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 탈출, 여성이 남성보다 어려워
국가금연정책이 남성 흡연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여성이 처한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여성 흡연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은 OECD 최고 수준, 여성 흡연율은 OECD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남성 흡연율은 1999년 66.3%에서 지난해 39.3%로 대폭 낮아졌지만, 여성 흡연율은 그렇지 않다. 1999년 6.5%에서 2016년 6.4%로 거의 변화가 없다.
여성 흡연자 통계보다 많을 것
31일 열린 '여성 흡연 어떻게 줄일 것인가?'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정금지 교수는 여성 흡연율이 과소추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흡연율의 남녀 비는 1999년 12.3배에서 2016년 6.4배로 절반 정도 감소했지만, 폐암 발생자 수 남녀 비는 1999년 2.8배, 2015년 2.35배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흡연인 것을 고려할 때, 남녀 흡연 비가 6.4배 차이 난다면 폐암 발생률도 6.4배가량 높아야 타당하지만, 2.35배로 차이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연세대 원주의대와 건강도시연구센터의 여성 흡연율 분석결과에서도 '과소추정'에 힘을 보탰다. 설문조사 시 성인 여성 6.8%가 담배를 피운다고 답했는데, 소변검사를 통해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 대사물질 '코티닌' 농도 측정 결과, 13.6%가 흡연자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이 금연 어렵다
한국산업간호협회 이명진 사업국장은 "여성은 담배의 중독성분인 니코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니코틴 대사가 상대적으로 늦어 니코틴이 체내에 더 오래 잔류한다는 설명이다. 금연 시 체중 증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금연 결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이 국장은 특히 '담배 피우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흡연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금연에 대해 지지나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말한 여성 흡연율 과소추정도 같은 이유라고 추측된다. 공개적인 금연 선언과 가족의 지지 속에 금연을 시도하는 남성과 달리, '몰래 흡연'하는 여성들은 전적으로 혼자만의 힘으로 금연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노동 종사자 금연 대책 시급
이명진 국장은 여성 직장인 흡연자, 특히 감정노동 종사자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패널자료(2008~2012년)의 분석 결과,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의 흡연율은 10% 안팎을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젊은 여성이 많은 콜센터 등의 감정노동 사업장에서의 흡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국장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만 '콜'을 받지 않는 근무 상황에서 그 잠깐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흡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산업간호협회가 사업장 여성 흡연자와의 상담한 결과, 진상 고객 등 감정 소모가 심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관리자가 나서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와'라며 흡연을 권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제로네트워크 조윤미 운영위원장 또한 "감정노동 사업장에서 가장 손쉽게 스트레스 해결 방안으로 제공하는 것이 흡연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 분위기 조성 여성 특성화 대책 필요
여성 흡연자가 통계치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되며, 금연이 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여성 흡연자에 특성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가임기 여성의 흡연 영향을 우려한다면 그만한 지원과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것.
건강실천연구소 이수현 소장은 '금연 포인트 제도'를 제안했다. 현재 금연지원서비스 이용률 및 금연실천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낮다며 수혜의 불평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여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산부인과, 피부과, 치과 등에서 개인적인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제안했다. 상담 후 금연 성공 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연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 전가은 사무관은 "한국의 담배규제는 후진국 수준"이라며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향담배가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 시작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명진 국장은 여성 흡연에 대한 조직 내 인식 개선, 감정노동·직무 스트레스 관리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연 바우처'를 예로 들며 스트레스 관리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여 취미 활동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비용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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