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암 환자, 유전성 암에 대처하는 법 5

부모가 암 환자, 유전성 암에 대처하는 법 5

직장인 김모(남, 46세)씨는 지난해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사망한 후 부쩍 암 예방에 신경 쓰고 있다. 암도 유전된다는 얘기를 듣고 건강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해도 가족력으로 인해 암에 걸릴 수 있을까? 부모나 형제 등 직계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암도 유전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암 사망의 30%는 흡연에 의해, 30%는 음식, 18%는 만성감염에서 비롯된다. 그밖에 직업, 유전, 음주, 생식요인 및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의 원인도 각각 1-5% 정도 차지하고 있다. 암이 유전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비율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직계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으면 가족력을 의식하는 게 좋다.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성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2차례의 유방 절제술을 받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5-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유전자(BRCA1)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유방 절제술을 단행했다.

2. 암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

유방암 발병률은 BRCA1의 경우 30-40세, BRCA2의 경우 40-50세에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학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JAMA’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이 80세까지 생존 시 누적 유방암 발병률은 BRCA1은 72%, BRCA2의 경우 69%에 달했다.

유전자는 암을 억제하거나 손상된 염색체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유전성 암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젊은 나이에 암 환자가 되거나, 여러 부위에 암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은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미국 등 서구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전성 암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한별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전체 유방암의 약 5%만이 유전자 BRCA1이나 BRCA2를 보유해서 생기는 유전성 암’이라고 했다. 이한별 교수는 “암의 유전적 분석, 환자의 유전적 분석 등의 연구 기법을 통해서 맞춤치료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3. 부모가 암 환자, 유전성 암 확률은?

부모 중 한 명이 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자녀의 절반 가량에서 암이 발생한다. 그리고 암에 걸린 자녀의 아들, 딸의 절반 정도가 암에 걸리게 된다. 유전성 암은 멘델의 유전 법칙에 따라 유전되고 나타난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은선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소화기내과)는 “유전성 암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유전성 유방-난소암 증후군과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라며 “부모 중 1명, 자녀 1세대의 절반, 그리고 암에 걸린 자녀의 자손 절반 가량에서 암이 나타난다면 유전성 암을 의심해 보고 유전자 검사 및 전문가의 조언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4. 악명 높은 췌장암의 가족력은?

흔히 암 환자가 치료 후 5년 이상 생존하면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5년 상대생존율이 높을수록 암 재발률이 낮아 치료가 잘 된 경우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7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8%에 불과했다. 각종 암 중 생존율이 최하위로 환자 10명 중 1명만 5년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장암(76.3%), 위암(75.4%)에 비해서는 훨씬 떨어지고 생존율 하위 2위인 폐암(26.7%)과도 큰 차이가 난다.

췌장암의 위험 요인은 흡연, 비만 등이지만 가족력도 자리 잡고 있다. 직계가족에서 췌장암 환자가 한 명 있으면 췌장암의 평생 위험도는 5% 정도 상승한다. 직계가족에서 췌장암 환자(60세 미만)가 둘 이상 있거나, 60세 미만의 췌장암 환자를 포함해 60세 이상의 환자가 셋 이상 있으면 췌장암의 평생 위험도는 20% 정도로 상승한다.

이와 관련해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 예방을 위해 40세부터 또는 췌장암이 가장 일찍 생긴 가족의 발병 연령보다 10년 일찍부터 정기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가족성 유방암 증후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환자에서도 췌장암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5. 정기 검사와 함께 암 예방 수칙 실천

암은 80% 정도가 흡연, 음식, 만성감염 등 3개 주요 원인에서 비롯된다. 유전성 암은 음주, 환경오염, 방사선 등과 함께 암 원인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가족력을 조심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유전성 암을 걱정하면서도 흡연, 과음, 과식을 일삼으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직계 가족 중에 암 환자가 두 명이상이면 주치의를 정해 자주 소통하며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부모, 형제 뿐 아니라 조부모의 건강 정보를 전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금연, 절주, 운동, 비만 예방, 안전한 성생활, 짠 음식-탄 음식 피하기, 채소-과일의 충분한 섭취, 작업장의 발암물질 조심 등 암 예방 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Africa Studio/shutterstock]

    김용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