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박기영의 '2016 최고 논문'? 진실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박 본부장의 연구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박기영 순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를 차관급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하며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해 4차 산업 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개발(R&D) 지원과 과학기술 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의 연구 능력을 뒷받침하는 경력 가운데 일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기영 '2016 최고 논문', 사실은 SNS 인기 논문
지난해(2016년) 12월 순천대는 박 본부장이 참여해 학술지 '식물생리학(Plant Physiology)'에 발표한 논문('NADPH 산화효소/Polyamine 산화효소의 피드백 순환에 의한 염분 스트레스에서의 산화적 방출 조절 연구(An NADPH-Oxidase/Polyamine Oxidase Feedback Loop Controls Oxidative Burst Under Salinity)')이 미국식물학회의 '2016 최고 논문(Best of 2016)'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칼리오피(Kalliopi) 그리스 크레테 대학교 교수, 김유정 순천대 생물학과 대학원생 등이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순천대는 보도 자료에서 2016 최고 논문은 "블로그, 트위터 등으로부터 산출한 다운로드 횟수 등을 근거로 한 해 동안 최고로 많은 주목을 받은 논문에만 주어지는 영예"라고 설명했다. 2016년에는 11개 분야 36편의 논문이 선정됐다.
실제로 미국식물학회의 블로그에 따르면 "가장 널리 공유, 좋아요, 블로그 공유, 리트윗되거나 높은 주목을 받은 식물생리학 논문을 선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식물학회가 사용한 지표는 '알트메트릭(Altmetric)'이다.
알트메트릭은 임팩트 팩터와 같은 전통적인 논문 영향력 측정 방법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이다. 논문의 인용 횟수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에 언급된 횟수를 점수에 반영한다. 연구자들이 관심 있는 논문을 보고 공유하는 행동을 반영한 현실적인 지수라는 평가도 있는 반면 논문의 중요성이 아니라 논문의 인기를 측정한 것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박 본부장의 논문은 어떤 측정 방식으로든 평가가 높은 논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논문 평가 방법 가운데 하나인 인용 횟수는 구글 스칼라에서 4회로 표시된다. 그나마도 그 가운데 1번은 논문의 공저자가 자신의 다른 논문에서 재인용한 경우다.
알트메트릭 점수도 박 본부장의 논문은 3점에 불과하다. 알트메트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논문들과 비교했을 때 60% 수준, 즉 100개 중에 60번째에 불과한 점수다. 영향력이 중간 수준도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2016 최고 논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논문의 점수는 선정 당시에는 213점, 현재는 212점으로 확인된다. 다만 박 본부장의 논문과 같은 '생화학 및 물질 대사(Biochemistry and Metabolism)' 분야에서 선정된 다른 두 논문의 알트메트릭 점수는 현재 각각 7점과 1점으로 확인된다.
박기영의 장기는 '연구'가 아니라 '연구비 수주'
한편, 순천대에 따르면 박 본부장은 지난해 4월 박진성 순천대 총장이 진행한 연구 우수 교수 격려 감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이 순천대에서 연구 성과가 좋은 교수 가운데 한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 능력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간담회에 초청된 순천대 교수는 모두 42명이다. 이 가운데 연구 논문 실적 우수자는 24명이다. 나머지 교수들은 연구비 수주 실적 우수자다. 연구 논문 실적 우수자와 중복되는 경우를 포함하면 총 29명의 교수가 연구비 수주 실적 우수자로 초청됐다. 박 본부장은 이 가운데 연구비 수주 실적 우수자로 초청됐다. 연구 실적이 우수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 생명과학 연구자는 "미국식물학회에서 최고 논문으로 선정된 논문도 국내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오는 만큼 박 본부장은 실제 연구에 참여한 것이 아닐 수 있다"며 "실제로 연구단 소속 연구자가 논문을 쓰면 연구단 책임자는 자동으로 저자로 이름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