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Probiotics 안 드세요?
집밥의 발효식품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왕도
Probiotics, 우리말로는 유산균 또는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는 이 단어는 이제 초등학생들도 알고있다. 이게 모두 홈쇼핑 ‘덕분’이라 하겠다. TV를 켜면 “아직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안 들고 계신가요?” “우리 회사 제품은 살아 움직이는 생균만을, 그것도 수억마리 정도가 아니라 수십억 마리, 장까지 살아 움직이는 생균을 팔아요”라는 광고 멘트가 줄을 잇는다. 또 다른 홈쇼핑에서는 이들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를 팔고 있다. 장으로 얼마만큼 갈지 모르는 불안한 생균보다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오틱스가 더 좋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이론은 아주 간단하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나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 등 몸에 유익한 생균이 장에 많아야 면역력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대장암 등 암 억제에 도움을 주고 각종 감염병, 설사병 예방에 좋아 메치니코프 박사가 주장하던 무병장수의 기본이 바로 이 프로바이오틱스라고 주장한다. 일반인들은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병원 인근 약국에서도 처방약 이외에 추가로 만성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권한다고 한다.
이 성분들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꼭 추가로 복용해야 할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면역도 증강되고 대장암도 안 걸릴까? 과민성 대장증후군에도 효과가 있을까? 답은 “아직은”이라 할 수밖에 없다. 즉 효과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같이 이렇게 쉽게 효능을 보여주는 확실한 임상증거는 아직까진 없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결론은 돈 안내고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밥상 위에 흔한 발효음식을 먹으면 된다. 우리나라 음식에는 발효음식이 참으로 많다. 잘 익은 김치나 깍두기, 여러 가지 장류로 만든 반찬들이 그 것이다. 음료수도 흔하다.
우리 몸에는 세포 수보다도 균 수가 오히려 더 많다. 혹자는 사람의 몸인 피부나 구강, 기도, 장 속이 모두 세균으로 가득 차 있어서 이를 합치면 1-2kg은 족히 된다고 주장한다. 세포수로는 우리 몸 구성 세포의 10-20배나 되고 이들 생물이 구성되어 있는 유전자수도 사람의 유전자수와 바슷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뇌 질환이나 노화 등과 장내세균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잘 먹고 잘 배출하는 것이 치매나 피킨슨씨병하고 아주 긴밀히 연관되고, 날씬하게 몸을 만드는데도 장내세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보다 엄마 자궁으로 산도를 통하여 나오는 아기가 알레르기나 아토피와 연관이 있다는 보고에서부터 각종 암 발생에도 관여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 이를 이용한 프로바이오틱스 광고가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서 장수하고, 암에 안 걸리고, 면역력이 더 튼튼해 진다는 믿을 만한 근거는 미약하다. 임상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는 질병에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아주 일부 소아질환을 제외하고는 임의 비급여로 건강보험이 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접하는 많은 음식에는 몸에 충분한 유산균이 이미 들어 있다. 특히 우리 한국인은 하루 200g 정도의 김치만 먹으면 얼마든지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볼 때 건강한 먹거리로 충분히 프로바이오틱스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과학적으로는 장내세균은 나름의 활동을 제약받고 조절받기도 한다. 숙주에게 이로운 작용을 정해진 법칙에 따라 해주질 않는다. 무조건 많거나 특정 균만이 더 좋은 작용을 한다는 근거는 아직은 없다. 즉 장내에 사는 유익한 균이든 비흡수 프리바이오틱스든지 모두 이를 둘러 싸고 있는 장점막세포나 이웃에 위치하는 장내면역세포와 서로 협상(negotiation)하고, 타협 (compromization)도 한다. 서로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다투기도(competitive) 하는 다양한 반응에 의한 조절(Toll like response)을 받는다. 이 때문에 아직은 양이 더 많다고, 어떤 특정균이 더 협상을 잘 하거나 몸에 이로운 반응만을 보인다는 결론이 부족하다. 결국 다양하고 충분한 양의 유산균이 포함된 발표식품을 본인의 취향과 맛에 따라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왕도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