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제약기업 수사, 학술대회로 불똥?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사정당국의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는 물론,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도 최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로 불똥이 튈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지난 8일 KRPIA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식품의약조사부를 신설해 정부합동으로 의약품 불법리베이트 사건을 전담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별 제약사를 대상으로 진행돼 온 검찰 수사가 이익단체인 KRPIA로까지 번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후원이 활발한 학회 학술대회를 검찰이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도 영업에 리베이트를 적극 활용했다. 오리지널을 확보한 다국적 제약사들도 특허 만료 이후 시장에서 국내사들의 저가 제네릭약과 경쟁하면서 처방 대가 등으로 리베이트를 뿌린 것이 적발된 바 있다.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윤리경영이 강조되면서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제공은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를 검찰이 압수수색한 이후 의사들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나 학술좌담회로 수사방향이 확대된 것 같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는 의사들이 참여하는 학술좌담회를 주관하는 마케팅 대행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준 혐의가 내부 고발로 검찰에 포착돼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의 칼날이 학회 학술대회 지원을 심의하는 협회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학술대회 지원은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이뤄진다. 한국제약협회(KPMA)와 KRPIA,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규약에 따른 지원활동을 심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있다. 규약에서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기준, 홍보부스당 후원금액 등의 기준을 두고 있다.
최근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에 의사들의 강연료와 자문료를 산정하려는 움직임도 리베이트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이다. 즉 리베이트의 도구가 아닌 특정 의료인의 전문지식에 대해 제약업계가 정당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게끔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홍보부스당 후원금액의 기준을 두고 있지 않은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개정안에 담길지 여부를 놓고 의학계와 대한의사협회 등에서는 학술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는 이를 리베이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관련 협회와 정부는 의사 강연료와 자문료의 연간 상한기준, 국제학술대회 요건 등에 대한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을 논의 중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