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천연물 신약, 반등 움직임 활발

침체된 천연물 신약, 반등 움직임 활발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으며 주춤했던 천연물 신약이 회생의 나래를 펴고 있다. 화합물 소재 신약 개발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천연물 신약 개발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고, 출시된 약들도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신뢰 회복을 통한 반등이 기대된다.

지난 23일 자생한방병원에 따르면 SCI급 국제 학술저널인 ‘차이니즈메디신’ 5월호에 ‘신바로약침’의 연골보호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논문이 실렸다. 쥐 실험을 통해 신바로약침 투여군에서 염증 유발물질이 줄고, 관절을 구성하는 연골과 뼈의 손상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자생한방병원과 서울대 천연물연구소가 공동 연구한 신바로약침은 방풍과 우슬, 오가피, 구척, 대두황권, 두충 등 6가지 한약재를 혼합해 만든 추출물인 ‘신바로메틴’이라는 신물질로 구성됐다. 이 물질은 녹십자가 지난 2011년에 천연물신약으로 개발한 ‘신바로캡슐’의 핵심성분이기도 하다.

현재 국산 천연물신약은 모두 8개이며, 이 중 6개 제품이 발매됐다. SK케미칼의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안국약품의 진해거담제 ‘시네츄라’, 동아ST의 위염치료제 ‘스티렌’과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제 ‘모티리톤’, 피엠지제약의 관절염 치료제 ‘레일라’, 녹십자의 관절염 치료제 ‘신바로’ 등이다.

안국약품의 시네츄라와 동아ST의 모티리톤은 글로벌 임상이 한창이다. 3년 전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다국적 제약사인 그라비티바이오에 기술 수출된 시네츄라는 미국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모리티론은 올해까지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임상2상을 진행한다.

기존 천연물 신약의 글로벌 임상과 연구는 침체 국면에 놓인 국내 천연물 신약 시장을 반등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천연물 신약 시장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 검출에 따른 안전성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개발 독려를 위한 인허가 기준 완화와 급여 과정의 특혜 의혹 등이 지적되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중국이 개똥쑥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노벨상을 안으면서 천연물 신약에 대한 인식은 재고되는 분위기이다. 특히 화합물 소재 신약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천연물 신약에서 활로를 찾고 있어 앞으로가 주목된다. 천연물 신약은 원료의 안전성이 입증되면 임상1상을 면제받아 신약개발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다. 모티리톤의 미국 임상을 진행 중인 동아ST는 최근 당뇨병성 신경병증 천연물 신약인 ‘DA-9801’의 미국 내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3월 천식 천연물 신약인 ‘SOTB-07’의 임상3상을 사업성 등의 이유로 중단했던 SK케미칼도 만성동맥폐색증 치료제 ‘SID 142’의 임상1상과 관절염 치료제 ‘SID 132’의 임상3상을 진행하며 천연물 신약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세계 최초로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연물 신약인 ‘YPL-001’을 개발 중인 영진약품은 오는 연말 미국 임상2a(전기)상이 종료될 예정이다. 영진약품은 임상2a상 종료 후 다국적 제약사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비만 천연물 신약인 ‘KD101’의 임상1상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지방간 천연물 신약 ‘HL정’의 임상2상을 마친 휴온스는 연내 임상3상에 들어가 내년쯤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중소제약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고려제약은 친환경생물소재연구센터 노문철 박사팀의 곰보배추를 이용한 골다공증치료제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최초의 골다공증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을 추진 중이다. 신약개발전문사인 와이디생명과학도 관절염 천연물 신약의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에 집중해 온 풍림무약도 최근 천연물 원료와 천연물 신약 개발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신대희 영진약품 전무는 한국제약협회가 낸 정책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다국적제약사에서는 화합물을 소재로 한 신약을 발매한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화합물을 소재로 한 신약 개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결론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들의 돌파구로 천연물 소재를 이용한 제품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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