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이란 표현 싫은 이유는 가래 때문(연구)

‘축축한’이란 표현 싫은 이유는 가래 때문(연구)

 

수많은 단어 중 이 단어만큼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싶은 단어가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된 적이 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가 주관한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부 정치적 용어, 남용되는 단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 고루한 표현들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응답했다.

또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이 싫어하는 단어로는 ‘축축한(moist)’이라는 단어가 꼽혔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오벌린대학 연구팀이 이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어디서 유발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수백 명의 지원자를 받아 ‘축축한’을 포함한 몇몇 단어들을 제시하고, 해당 단어들에 대해 혐오감이 어느 정도인지 살폈다. 그 결과, 앞선 주간지의 설문조사처럼 상당수의 사람들이 ‘축축한’이란 단어를 싫어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축축한’이 인기가 없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이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또 어떤 단어들을 싫어하는지 살폈다. 이 단어가 주는 어감이 혐오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 단어와 유사한 발음을 가지고 있는 ‘들어 올리다(hoist)’와 ‘속여서 팔다(foist)’같은 단어는 사람들에게 크게 혐오적인 단어로 평가되지 않았다.

‘축축한’이 가진 발음과 혐오감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의성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어들이 특별한 소리를 딴 것이 아니라 우연히 형성된 소리인 만큼 혐오감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단서는 ‘축축한’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용됐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케이크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촉촉한’이란 표현을 사용한다면 'moist'는 긍정적인 단어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여름철 습한 겨드랑이를 표현할 때 쓰였다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단어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거부감이 생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축축한’이라는 단어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1~5점까지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긍정성과 부정성 모두 중간 점수가 나왔다. 이 단어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가 딱히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가능성은 뭘까. 이 단어는 성적인 현상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성적인 건 아니지만 신체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현상과도 연관되는 단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점이 '축축한'이란 단어가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으로 보았다. ‘축축한’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은 ‘가래’나 ‘구토’와 같은 단어에도 큰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실험참가자들에게 직접 이 단어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는 대다수가 발음 때문에 이 단어가 싫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발음과 혐오감 사이에는 개연성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참가자들은 발음 때문에 이 단어가 싫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연구팀의 분석결과와 실험참가자들의 인식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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