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사’ 따돌린 2세대 폐암 치료제 ‘지오트립’
폐암은 지난 17년간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5년 생존율은 2배가량 뛰어 올랐다. 폐암 분야에서 계속해 차세대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지오트립(아파티닙)’이 1세대 치료제인 ‘이레사(게피티닙)’ 대비 우수한 임상결과를 내놓았다.
폐암은 진단에 따라 크게 소세포 폐암(small cell lung cancer)과 비 소세포 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으로 구분되는데 전체 폐암 환자 85% 정도는 비 소세포 폐암환자이다. 특히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성폐암은 유럽의 경우 전체 비소세포성폐암 환자 중 15%, 아시아는 40%에 달한다. 전세계 폐암의 절반 이상(51.4%)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향후 아시아에서만 100만 명의 폐암환자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1세대 표적항암제 ‘이레사(게피티닙)’는 2000년대 초 출시돼 연간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독보적인 국내 비 소세포 폐암 치료제다. 10년 이상 시장을 선점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 종근당 등 일부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2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지오트립’은 2014년 1월 허가를 받아 그해 10월 급여 출시 했다. ‘지오트립’은 출시 초반에 부작용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는데 최근 발표된 LUX-Lung 7 임상결과에 따르면 1세대 치료제에 비해 폐암 질환 진행과 치료 실패 위험을 27%까지 감소시켰다.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근칠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은 폐암 치료 옵션에 대해 더욱 많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아파티닙(지오트립)은 게피티닙(이레사) 치료군에 비해 치료 시작 후 18개월, 24개월 시점에서 비교해도 우수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을 확인시켜주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오트립’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이상반응과 관련해서 박 교수는 “이상반응, 중대 이상반응이 아파티닙 군에서 조금 더 나타났지만 의사가 잘 관리할 수 있는 정도였다”며 “의사가 얼마나 잘 관리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 치료제의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3세대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지난 2월 유럽시장에서 출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타그리소는 ‘이레사’나 로슈의 ‘타쎄바’ 뿐만 아니라 지오트립 같은 1차 치료제 사용 후 T790M 내성 변이가 발생한 환자를 위한 약물이다. 특히 1세대 약물보다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어 개발 초기부터 제약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현재 타그리소는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해 국내 상륙도 머지않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지오트립’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3세대 치료제 개발에 대해 언급했다. 베링거인겔하임 게르드 스텔(Gerd Stehle) 부사장은 “기존의 2세대 치료제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3세대 치료제가 필요하다”며 “BI1482694는 한미가 개발했었던 성분으로 2015년 7월 한미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가 기술수출한 ‘BI1482694’는 표적항암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글로벌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은 “폐암환자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해결해줄 또 다른 EGFR TKI를 전세계 환자들을 위해 개발하면서 두 회사가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베링거는 폐암에 강한 회사고 우리가 이 기회를 통해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신속하게 치료제 개발에 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칠 교수는 “이미 4세대 치료제가 개발 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며 “계속해서 차세대 신약을 개발하고 폐암과의 전투에서 이겨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