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간지럼 태워도 낄낄... 정신분열증?
다른 사람이 간지럼을 태우면 까무러칠 정도로 간지럽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자신의 몸을 간지럽히면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정신분열증이 있는 사람에겐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스스로 태우는 간지럼에도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본인 스스로 태우는 간지럼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이는 뇌가 우리가 벌일 행동의 감각적 결과를 예견해 간지럽다는 느낌을 상쇄시키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뇌의 이 같은 인식체계는 대인관계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자신의 행동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의 해코지는 피할 수 있고, 친밀한 접근에는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본인 스스로 태우는 간지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체계로 보기 어렵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몸을 간지럽힐 수 있는 사람들은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다.
이는 정신분열증의 특징과 연관이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스스로가 태우는 간지럼이 자신이 하는 행동이라고 인식하는 대신 다른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이 일어난다.
‘의식과 인식저널(Journal Consciousness and Cognition)’에 이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프랑스 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특별한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성격검사를 통해 정신분열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자신의 간지럼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분열증 환자까진 아니지만 약간의 피해망상이 있거나 상상력을 실감나게 발휘할 수 있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397명을 대상으로 ‘정신분열 척도 검사’를 실시하고, 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 27명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 27명을 추렸다. 검사지에는 특이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기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겨있다.
또 “의지가 없는 로봇이나 좀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항목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수동적인 성향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검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 중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을만큼 상태가 나쁜 사람은 없었다.
그 다음은 브러시를 이용해 간지럼 태우기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이 직접 실험참가자들의 팔뚝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참가자들 스스로 자신의 팔뚝을 간지럼 태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정신분열 척도 검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집단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집단보다 스스로 태우는 간지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본인의 간지럼에 크게 반응한 그룹은 특이한 믿음이나 특이한 경험을 한 사례 역시 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정신분열증 환자까진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간지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향후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특징과 증상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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